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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기

아무래도 이건 남는 장사가 아닌 것 같다

초단순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석기시대 프린스톤 일가처럼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쳐도 IT의 거센 격랑에 저항해 혼자 버텨 나가기가 쉽지는 않은 듯합니다. 특히 올해들어 태평양다리연구소의 연구프로젝트들을 진행하려다보니 어쩔 수 없이 사이버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자꾸만 길어 집니다.  

진작에 개설은 해놓았어도 가급적 멀리하려던 각종 앱, 페북,트위터,카카오톡,인스타그램...에 대한 활용압박도 임계점에 도달한 듯합니다. 


아무래도 이건 남는 장사가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판을 벌려야만 하는 건지...





이하, 이건 뭐 시도 아니고 뭣도 아니지만...터져 나오는 푸념에 손가락 가는데로 그냥 읊어 봅니다.  

먼 그곳에 한번 가자면   

개나리 봇짐지고  한나절을 꼬박 걸어야 했다. 


오솔길 따라 나비를 쫓아 꽃향기 맡으며 구름 한번 올려 보니 

시상(詩想)이 떠올랐다. 두다리가 튼튼해졌다. 모두가 날씬했다. 


어느날 빌어먹을 자동차가 발명됐다. 


신작로가 뚫렸다. 

먼 그곳을 순식간에 오가게 되었다. 편하고 빨랐다.  


하지만 공짜가 아니었다. 


연료비, 관리비, 수리비, 세금, 주차, 매연 그리고 교통사고...

없던 골칫거리들이 한광주리 생겼다. 

정서는 메마르고 다리는 가늘어지고 아랫배가 나오고.   


그 비싼 댓가를 지불하며 

우리는 왜 그토록 빨리 그곳에 가야만 하는 걸까. 


이제와 생각하니 

아무래도 이건 남는 장사가 아닌거 같다. 


▣ 지난주, 초단순 심플라이프를 위한 세이프하버를 찾아 미국 남서부 황야를 헤매는 중....


편지 한장에 담긴 몇 줄의 소중한 사연을 궁금해하며 

애타게 일주일을 기다려 소식을 주고 받았다. 


느린만큼 애틋한 그리움을 더 오래 즐길 수 있었고 

무소식은 희소식이라 여기는 여유 속에  

답답한 만큼 기다림의 미학을 배웠다. 


어느날 빌어먹을 인터넷이 생겼다. 


SNS, 스마트폰이 독버섯처럼 퍼져 버렸다.  

영점일초도 안 걸려 모든 사람의 모든 소식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눈과 귀 그리고 손가락이 바빠졌다. 아니 한순간도 쉴 틈이 없어졌다. 


기다림 속의 여유가 사라졌다. 애틋한 그리움이 실종됐다. 

무소식이 없어지니 희소식도 잠적했다.  


그 비싼 댓가를 지불하며 

우리는 왜 그토록 빨리 세상 모두와 소통해야 하는 걸까?   

 

이제와 생각하니 

아무래도 이건 남는 장사가 아닌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