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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기

캠핑카는 이혼으로 가는 급행버스?

우연히 로변에서 만난 40대 후반 백인커플. 

어쩐지 느슨해진 부부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자기들도 일년간 모토홈 훌타이밍을 고려 중이란다.  남편은 회계사. 부인은 얼마전까지 간호사로 일했었다 한다. 성격차이로 몇년 전 별거도 한 경험이 있다는 그들은 엠티 네스트 이후 어쩐지 다시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고 갈수록 다툼이 잦다고....


듣자하니 과거 남편의 외도와 알콜의존증으로 인한 상처가 부인의 가슴 깊은데서 아직 아물지 않고 있는 듯 했다. 


(삼천포) 어떤 때보면 백인들이란 참 요상한 종족이다. 자기 엄마한테도 못 털어 놓을 부부간의 낯뜨거운 속사정과 절친에게나 이야기 할 깊숙한 개인사를 스쳐 지나가는 스트레인저를 붙잡고 한시간도 좋고 주절주절 시시콜콜 털어 놓는....우리 한국인과는 좀 다른 기질 중 하나....하긴 돌아서면 그만이니 못할 말이 없다는건지도...


부부관계 회복, 힐링을 위한 멋진 모토홈 대륙횡단여행 ....당연 뜻이야 좋다. 관계개선 효과를 볼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태평양다리연구소 로소장은 어쩐지 훌타임 알브잉이 자칫 이혼으로 가는 첩경 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을 그들에게 해 주게 되었다. 


이유는? 

생각해보라, 아무리 맛있는 음식, 멋진 경치도 매일 코 앞에 들이 대고 있으면 질리는게 인지상정.  커보았자 250스퀘어 정도 크기의 상자곽 속에서 성격, 취향, 습관, 암수가 다른 두 인간이 종일 붙어 아웅다웅 지낸다고 생각해 보라....그런 협소한 공간에서 얼굴 맞대고 부대끼며 온갖 냄새, 소리마저 공유하며 지내다 보면 상대방에 대한 신비감은 다 도망가버린다. 제 아무리 환생한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도 짜증나서 사사껀껀 다투게 되지 않겠나말이다. 



▣ 우리의 소형 잠수정 똘똘이 안에서는 둘이서 한발자국씩만 움직이면 먹고 자고 앉고 

일(?)보고 샤워하고 운전하고 운동(요가)하는 일이 가능하다. 그만큼 좁다는 이야기....







  

아무리 부부라도 최소한의 자기 공간과 프라이버시는 필요한 법. 

그리고 서로 좀 안 좋을땐 잠시 안보는 것도 한가지 쿨링다운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모토홈에선 서로 피해 문닫고 있을 공간이 없다. 계속 미운 얼굴 마주보고 있어야 된다. 멀쩡하던 부부관계가 여행 후 대책없이 망가지는 경우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닌거다.  


더구나 이 두 사람은 이미 관계가 많이 손상된 상태라니. 알브잉이 로맨틱한 대륙횡단 아닌 이혼으로가는 급행열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거 또 삼천포로 빠지는거 같지만) 과거 독립투사들을 일제의 형사들이 취조하면서 서로  배신, 밀고하고 조직의 비밀을 털어 놓게 만든 일종의 고문, 취조기법이 있었으니....바로 아주 작은 독방에 혐의지들을 같이 감금해 놓는 기법이다. 이러면 아무리 고매한 인격자들이라해도 얼마안가 두 사람 사이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 같이 비비고 싸는 중에 먹는거 덥는 이불 갖고 싸워야 하는 환경....에서 고상한 이념과 상호신뢰는 점차 사라지게 된다.  얼어죽을 의리는 무슨 개뿔,  일단 인간적으로 서로 짜증, 환멸을 느끼고 증오하게 된다는 원리다. 후일 우리나라 독재정권의 정보부요원들도 이 일제순사들의 기법을 전수받아 구치소에서 운동권수감자들을 을 취조하고 와해시키는데 자주 써먹었음은 유관 경험자들간에 공공연한 비밀이다.  


실제 지역광고에 급매물로 나오는 모토홈을 보면 파는 이유가 '이혼'인 경우가 상당수....얼마나 염증이 났으면 9만불짜리를 5만 5천에 어서 치워 버리고 헤어지려 할까  

 

Motorhome For Sale

Divorce forces the sale of this 2008 WINNEBAGO Sightseer 35J Class A motorhome. With only 17,000 original miles this Coach is flawless inside and out. No issues at all. This model has 2 bunks in addition to a king sized bed in the rear and a sofa that folds out into a full sized bed. NADA puts the average retail value of this Coach at $90,000.00 but we need to sell it quickly so the first $55,000.00 or close will own it. E-mail or call Mike at 000-219-0000 with questions or to set up an appointment to come and see this Coach.  Location: Las Vegas

 

그러는 로소장네 사정은? 

자타가 공인하는 지남철, 닭살부부...지만 알고보면 성격이 완전 극과 극인 그대와 나. 식성과 습관도 취향도 완전 판이하다. 같이 좋아하는 TV채널이 하나가 없을 정도....



그러나 다행이다. 

물론 다른 문제로는 때로 논란이 있었어도 지난 1년 반....아직 모바일 라이프스타일 자체로 인한 마찰은 없던 듯 하다. 아마도 지금의 약간 다른 생존방식에 그대나 나나 공히 99% 만족하고 있어서이리라.  또 원래 시작 전부터도 같이 동업자로 30년을 노상 붙어 일하고 다닌 관계라 밀착생활에 이력이 났고 상호 성격, 문제점에 충분히 면역과 훈련이 되어서 이기도 할 것이고..

하여, 우리에겐 훌타임 알브잉이 처음 목적한 대로 그럭저럭 효과적인 힐링여행이 되고 있으니...그저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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