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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기

기다리던 비보

(2016년 1월 26일)

데쓰밸리 가는 길, 일명 지옥의 골짜기-용광로개천.... 주변에서 한동안 야박을 하자는 생각이었지요. 

아침을 먹고 베가스를 출발, 북서쪽으로 막 95번을 타려는데 LA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오빠 서울 엄마가 위독하시데...이번에는 정말로  돌아가실 거 같다는데..." 


아, 어머니, 나의 어머니....

바로 기수를 돌려 15번 인터스테이트로 확 꺽어져 들어 갔습니다. 



도중에 카약닷컴으로 중국 거쳐 서울가는 비행기표를 날짜만 보고 무조건 매입. 그리곤 바로 LAX(공항)를 향해 내리 쭉 밟습니다, 


임종은 지킬수 있을까?  


구름한점 없는 화창한 하늘인데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기를 몇번이나 했을까, 

중간에 너무 머리가 아파 잠시 눈을 붙였습니다.  깨보니 그대도 나도 눈이 퉁퉁.... 


비몽사몽 중에 다시 시동을 거는데... 갑자기 쌍욕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습니다. 

내 목소리인데 귓전에 낯설기만 합니다.  


미아리 점쟁이 박수무당에 붙어먹는 조상신을 가장한 잡귀들만도 못한 존재, 서양탈 쓴 주이시 토속신, 지호바 인지 뭐시깽이인지 개잡신이야 말로 정녕 악귀 중의 악귀가 아닌가. 어떻게 평생을 자기에게 바친 충직한 여종을 피골상접의 처참한 몰골로 죽게 한단 말인가!! 4년이나 지옥의 고초로 고문하고 대소변 못가리게 유린하더니 결국 이거냐?  


그대의 눈이 휘둥그래 집니다. 나도 모르게 쏟아지는 육두문자(F워드)들을...도로 줒어 담으려다....에라....혓바닥이 노는데로 그냥 놔뒀습니다. 


아아, 불쌍한 어머니...어쩌자고 그런...성황당 삼신할매만도 못한, 남의 나라 도깨비에게 영혼을 파셨나요.

이제는 세뇌의 쇠사슬에서 벗어나 자애로운 우주본성(TCM)의 품에 안기셨습니다.무한순환 영겁회귀의 새로운 출발점에 서신 어머니 축하합니다. 편안히 잠드세요. 어머니 영원히 사랑합니다.    


그리고 유튭 노래방을 크게 틀었습니다. 뽕짝을 쿵작이며 어머니 임종을 보러간 벼락맞을 아들놈이 세상에 또 있었을까요?  

  

7시간을 달려 스토리지가 있는 레익엘시노에 당도하니 벌써 어둠이 짙게 내립니다. 


화장실 때문에 잠시 멈춘 인앤아욷 파킹랏. 

한켠에 집을 세우고 한동안 멍하니 서 있는 중입니다.


가슴을 뜛고나와 골수로 스며드는 잿빛 우울...

밤하늘의 별들조차 왜 저리 을씨년그럽게 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