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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

바퀴달린 우리집


바퀴달린 우리집


얼마전 버스형 중고 모토홈을 한대 장만했습니다. 딜러들이 형태로 분류할때 클레스A라고 부르는 모토홈 RV입니다. 미국노인분들은 보통 리그Rig라고도 하는데 한국에선 다들 캠핑카라 하더군요. 유럽,호주에선 캐러번, 그리고 미국에선 모토홈(RV).... 다들 지멋대로 부르는데 개인적으로 콩글리쉬인 캠핑카가 가장 맘에 듭니다. 미국사람들이 못알아 들어서 그렇지.    


 이번에 캠핑카를 산 건 혼자 조용히 리트리이트(rolling retreat) 용도로 당분간 쓰려는 것이었다. 동시에 조만간 시작할 '길위의 삶'을 준비하기 위한 연습용이기도 하고. 


캠핑카와의 첫 인연은 사반세쯤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유럽에서 여행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히피커플에게 인수 받았던 복스바겐 캠퍼밴. 거의 고철 수준이었던... 그리고 엑스칼리버란 트럭마운트형 캠퍼로 바꿔 아내와 유럽종횡. 도미 후 캘리포니아 살때 트럭으로 휩쓰윌 fifth wheel 트레일러를 끌었고. 이번이 로변철의 생애 총 다섯번째 RV가 되는 셈이다. 사실은 일단 소형 캠퍼밴이나 에어스트림 같은 트레일러를 사려 물색 중이었다. 그러다 클래스A로 나중에 바꿀 심산으로. 그런데 고유가시대에 어쩌다가 다시 이렇게 기름먹는 하마 아닌 고래를 사버렸다.   



하늘이 하도 예뻐서 운전하며 한손으로 아이폰 바로 이 사진 찍다가 하마터면 대형사고 칠 뻔...

덩치가 있어서 한번 중심을 잃으니....앞에 할리 탄 아저씨 뭉개고 골짜기에 쳐박을 뻔...휴, 아찔... 

기숙사에 있는 딸아이가 여름방학 석달간 친구들과 학교근처에 집한채를 빌려 자취를 한다기에  잘 지내나 궁금해 아내와 함께 찾아갔다. 그 집앞에 정박 중.   


캠카 신형이야 집 한채 값! 그러나 구석기시대 중고 중에도 잘 찾으면 부담없는 가격에도 가끔 쓸만한게 있다. 이번에도 우연한 기회에 믿을 수 없는 딜로 구입할 챤스(여기엔 조금 긴 사연이....)가 생겨 앞 뒤 생각없이 덥썩 사버림.  


몇달 굴려본 결과는 십만년전 후린스톤 일가가 타던 것 치고는 상태 그런데로 양호. 잔고장들이 좀 있지만 병가지상사, 그 정도는 이미 각오했던 바다.  인테리어가 좀 구닥다리긴 하나 백수주제에 이 정도면 감지덕지....감사한 마음으로 당분간 타고 다닐 생각.  일단 큼직한 자체 발전기- 7키로와트 오난 제너레이터-가 장착돼 냉난방 전기파워 걱정없으니 아무데나 허허벌판에 세워놓고 분닥boondock이 가능하다.  한동안 달리는 오피스텔 역할을 어느 정도 해 줄 듯. 


내년 막내가 집 떠나면 우리 부부는 본격 훌타임 알빙 fulltime rving을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20대때 유럽대륙, 30대때 미국대륙을 종횡했던 그 루트와 추억을 되살려....


출발-초가을  

계획은 일단 1년간 미국 한바퀴 대륙종횡부터. 세부계획은 아직 시기상조지만 대충 시계방향으로 돌 생각. 즉 뉴잉글랜드에서 단풍구경 좀 하다 철새따라 슬슬 남진하는 거다.  


겨울 

당연히 겨울은 후로리다와 아리조나에서 스노우버드들의 알비팍에서 보내고....볼 일이 좀 있을듯한 네바다 들렸다가 봄과 더불어 웨스트코스트 타고 북상, 너무 뜨거워 지기 전에 밴쿠버 지나 한여름 보낼 알라스카까지 북진이 목표.  


섬머타임 

여름방학 중에는 애들도 불러 함께 여행하며 시간을 보내면 좋을텐데, 요녀석들이 며칠이나 우리한테 시간을 할애해 줄런지...그리고 여름 막바지에 부지런히 동진을 시작, 캐나다 남부 횡단 토란토, 몬트리얼 지나 다시  이스트코스트, 뉴욕방면으로...


유럽 

거기서 동장군 심술이 시작되기 전에 대서양 건너는 런던행 페리에 모토홈을 실으려 한다. 우리에겐 제2의 고향인 런던 그리고 유럽대륙,  그 가슴설레는 석기시대 옛추억을 더듬으며 유럽종횡....을 한 1-2년 잡는다. 


한국과 아시아 그리고 좀 위험한 지역들은 뜻이 맞는 친구들 여러대를 모아 그룹으로 랠리를 펼쳐보자는 계획도 한다. 그룹투어가 아니라 각자 그러나 함께.  


지금 기분과 계획은 2014년 이후 이렇게 최소 5년 정도 길 위의 삶을 생각 중이다. 

원래 10년 계획이었는데 일단 후반  나머지 5년 후는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한다. 이러나 저러나 뭐 엿장사 맘대로 니까... 오라는 사람, 붙잡는 사람에 따라 또 어떻게 맘이 변할 지도 모르고. 그러다 중간에 맘에 드는데 있으면 어디고 그냥 눌러 않아 말뚝박을 가능성도 적지 않고.  


아니면 누가 알까, 아주 너싱홈 들어갈때까지 남은 여생 계속 홈리스 아닌 하우스리스로 살지도 모르겠다. 결국 로변철의 남은 여생은 무계획이 계획인 셈이다.


집과 가재도구들은 다 어쩐다? 팔던가 세를 주던가 한동안 고민하다 결국 파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월세받느라 신경쓰는게 싫어서........몇년전부터 슬슬 주변정리를 해왔고 일찌감치 13년을 산 큰집도 팔고 지금의 작은 집으로 다운사이징을 미리 해놓은 터라 이러나 저러나 큰 돈이 걸린 문제는 아니라 맘 편하다.  


그리고 본격 알빙을 시작하려면 아무래도 지금 모토홈으론 힘들고 소형차를 메달고 다닐 수 있는 디젤푸셔로 업그레이드를 할 예정이다.    


모처럼 스테이트팍으로 주말 캠핑 중, 머리통들 좀 컸다고 

캠핑엔 별 관심없고 카드게임만 줄창하는 아들/딸. 


                   모토홈 내부-부엌에서 요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