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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

토요일 밤의 열기-시카고 한인축제/ K-POP 오빤 미국 스타일

*왜 그런지 호텔방에서 쓴 아래 글이 발행이 안돼서 원글 삭제 후 월요일 아침 다시 업로드합니다.

토요일 밤의 열기

시카고 코리안훼스티발 


일이 좀 있어서 시카고  변두리에 와 있다. 지금 호텔방에서 몇자 끄적이는 중.  


어제(토)는 컨퍼런쓰 마치고 저녁 먹으러 조선옥이란 데를 가기로. 그런데 가는 도중, 마침 인근에서 코리안훼스티벌이 열린다기에 산책도 겸해 거길 가보기로 했다. 오리지날 시카고 한인타운은 town 이라기 보단 그냥 commercial district 정도. 한국상점들이 몇 블락에 걸쳐 밀집되어 있는....위치는 쇠락해가는 로렌스길 근방. 

그래도 토요일 오후라선지 기대 이상으로 다양한 인종, 많은 인파로 북적여 제법 축제 분위기가 난다. 뉴욕, LA에 비하면야 소꼽장난 수준이지만.  


근데 웬일, 주차를 고민하는데, 다른 운전자들은 갑자기 다 블라인드가 된건지, 축제장 바로 입구 명당자리 딱 한자리가 거짓말처럼 비어 있는게 아닌가. 이런 행운이!  잽싸게 차를 쑤셔 놓고 나서도 믿기지 않아 정말 세워도 되는 자리인지 몇번을 확인. 


화창/선선한 날씨도 환상적이어서 아내가 좋아하는 떡볶기 오뎅도 사먹어가며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씨름판, 젊은이들 K-POP 댄싱과 노래마당, 북춤등 고전무용 ...구경하며 어슬렁 어슬렁 돌아다님.   


태권도에 케이팝을 접목했다는 팀의 퍼포먼쓰도 인상적. 운동이라기보단, 뭐라해야되나, 댄싱에 가깝다. 도복부터가 화려하고 사범말고는 다 백인애들인데 싸움의 기술보다 외모 위주로 선발한 듯.  태권도 선수 아닌  백댄서들 같다. 하여간 구경꾼이 제일 많고 다들 열광.   


요즘 인기라는 싸이의 오빤 강남스타일의 짝퉁, 오빤 미국/시카고 스타일도 구경하고. 

우린 워낙 둘다 올드스쿨이라서 인지 아무리 이리저리 생각해도 왜 이 음악이 그렇게 공전의 힛트를 쳤다는 건지 도통 모르겠지만....


우리 애들 또래 2세 아이들이 희희락락 몰려 다니는 걸 보니 애들 생각이 난다. 지금 하나는 기숙사, 하나는 친구들과 캠핑.....잘 지내고들 있는지.... 그러고보니 이런데를 부부만 온 거도 참 오랜 만이다. 어쩐지 뭔가 무척 홀가분하다했더니....근데, 동시에 마음 한쪽이 휑-하다. 어느새 애들 없이 둘만 남게 되는 시간이 닥쳐 온 것이다. 세월은 가족을 이렇게 점차 해체시키며 흘러간다.    


미국시골 살다보면 문득 문득 생각나곤하는 막걸리, 오징어튀김, 순대....포장마차 음식들이 널렸는데 배가 불러 두루 맛보지 못한 아쉬움을 남기고 미시간 호변으로 이동. 


바다같은 호수, 파도치는 미시간호는 언제 보아도 속이 후련하다. 고운 분말같은 모래사장. 후로리다 크리스탈비치 해변 모래가 꼭  이랬는데.  발바닥 촉감이 너무 좋다며 맨발의 이사도라가 되어 겅중대는 아내,  그러다  아이폰 떨어뜨리면 미세모래가 들어가 못쓰게 될거란 잔소리로 분위기 깨는 눈치코치 변철이 옵하.   


이어 시카고 오면 빼놀수 없는 메그니휘썬트애비뉴(미시간길 일대) 한바퀴. 


다시 40분을 운전, 숙소로 귀환하니 둘다 녹초가 됐다. 촛불/와인 그리고 모닥불....의 낭만적인 밤이어야 했는데 그냥 씻고 눕자마자 꿈나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