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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관련

티브이, 전화기, 종이책, 신문...이여, 모두 아듀~


얼마전 결국 위성 테레비젼을 끊었습니다. 

후일 마음이 변하면 다시 신청하라며 지붕 위의 접시는 그대로 놔두고 가더군요. 하지만 아마도 그럴 일은 없을 듯 합니다. 다달이 수신료 사오십불씩을 물면서도 거의 TV 안 쳐다 본지가 이미 일년 가까이 되니까 뭐.  


로변철이 코흘리게 예닐곱살때 용산 미군부대 다니시던 아버지께서 처음 텔레비젼을 사오신 생각이 납니다. 볼륨/채널스위치가 양옆에 귀처럼 달리고 더듬이 같은 안테나가 V자로 위에 붙은, 제미니사가 만든 신기한 상자였습니다.  한동안 우리 동네 유일의 텔레비젼이라 저녁마다 이웃사람들이 모여 같이 시청을 하곤 했었지요. 그 후 사십여년, 하루라도 TV를 보지 않고 넘어간 날이 과연 내 일생에 몇일이나 될까요. 그런데 그 정든 바보상자가 이제 우리집에서 역사의 뒤안길로 영원히 사라져 버린 겁니다. 


그러고보니 종이신문구독을 중단 한지는 벌써 2년이 되었네요. 

전화(land line) 끊은지도 한참되었고.   

골방으로 몰린 책장의 들에도 먼지만 쌓여 갑니다. 


                                                        공화국 정부청사 지붕 위의 애물단지가 된 접시 



그 대신,

언제부턴가 하루 눈뜨고 있는 대부분의 시간 인터넷에 줄창 연결돼 있는 스스로를 발견합니다. 젊은세대와 달리 게임같은건 하지 않으(못하)며 음악/영화에도 열정을 잃은지 오래된 쉰세대가 대체 모하느라고 그렇게 모니터를 종일 째려보고 있냐....?하면, 


일단 취미/용돈벌이인 트레이딩과 각종 투자 관련된 일로 인터넷 접속 하루 서너시간 기본입니다. 그리고 사십후반, 조퇴(조기은퇴)후 재미가 들린 개똥철학을 위한 각종 자료, 기사를 읽고 쓰고 방송강의 듣고 하며 모니터 앞에 앉아 공부하는 시간이 또한 하루 예닐곱시간은 족히 될 듯합니다. (학창시절 진작에 이리 열심히 팠더라면 박사 몇개는 했을 텐데...)


막간에 휴식이나 식사 중이라고하여 인터넷과 디스커넥트 되는 경우란 드뭅니다. 늘 뭔가를 틀어 놓게 마련입니다. 저녁먹으면서는 보통 집사람과 함께 주로 시사/뉴스/다큐 동영상을 봅니다. 그냥 쏴주는대로 보면 되는 텔레비젼에 비해 좀 귀찮기도 합니다. 근데 습관이 되니 입맛 대로 화일을 찾아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집에 있는 테레비젼 수상기들은 그후 정말 애물단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운동할때나 차로 이동할땐 헤드셋으로 스마트폰을 듣는 습관도 어느새 몸에 배어버렸습니다. 이때는 유튜브의 각종 강좌들을 즐겨 듣는 편입니다.  지루한 장거리 운전이나 어디가서 기다리는 시간도 그 바람에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각자 스마트폰을 듣는게 습관이 된지도 오랩니다. 일부러 수면제 삼아 좀 어렵고 딱딱한 강의나 설교 같은 것을 찾아 청취하며 잠을 청하는 거지요. 부부 각자 단골 사이트가 따로 있어 상호 방해 안돼게 역시 이어폰을 사용합니다. 문제는 자주 그대로 잠이 들어 버린다는 겁니다. 아내는 나이 탓에 안그래도 하이피치 사운드에 둔감해져가는 나의 귀가 더 빨리 나빠질까봐 걱정입니다. 좋은 점은 과거 책을 읽거나 티브이 프로를 보며 자는 것보다 눈 감고 들어선지 잠이 더 빨리, 잘 온다는 것입니다.  


결국 미국애들 말 맞따나 투엔티포세븐(24/7) 인터넷에 코를 꿰고 사는 셈입니다. 


워낙 컴퓨터는 밥통인데다가 불과 몇년전 까지만 해도 아이들에게 스톤에이지 소리를 듣던 올드스쿨-로변철 부부가 이럴찐데....아마도 다른 조퇴(조기은퇴) 백수 분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짐작해 봅니다.     


1990년대 초 영국 런던살때 알던 당시 컴퓨터 사이언스 박사과정 중이던 지인 K형이 문득 생각납니다.  어느날 그의 연구실에 놀러 갔더니 미국의 대학과 정부기관들의 홈페이지를 두루 보여 주면서 놀라운 인터넷의 기능에 대해 침을 튀며 설명하더군요. 앞으로 인터넷이 세상을 급속히 바꿀거라 흥분하던 그 양반.  (정작 자신은 지금 캐나다 변방에서 옛날 고리짝 스타일 그대로의 선술집을 운영 중이지만)


그후 이십여년, IT관련 우리 삶의 모습이 얼마나 변했나 새삼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앞으로 20년 동안에는 또 어떤 변화가 있을지.....아마도 지난 이십년보다 몇배의 크고 다양한 변화와 깜짝쑈들이 이어지겠지요.  


요즘은 어차피 항시 연결되는 건데 귀찮게 랩탑이나 패드/폰같은 각종 디바이스를 손에 들고 다니는 대신 신체 피하 어딘가에 칩 같은 걸로 부착하거나 아예 와이어리스로 신경이나 뇌에 직접 시청각 정보를 전달하는 바이오테크놀러지가 실용화되면 편하겠단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럼 디바이스를 잃어버리거나 변기통에 빠트릴 일도 없을 거고.  


스마트폰의 요즘 진화속도를 보면 어쩌면 그런 SF소설같은 사이보그 인간화도 의외로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가능할거라는 것이 로변철의 예감입니다.   


그러나 잠깐, 


점점 더 인터넷과 그 기기에 빠져 드는 우리의 모습을 보며 

정녕 삶의 질은 그에 비례해 향상되고 있는 걸까? 우린 과거보다 더 행복해져 가고 있는 건가? 

하는 물음의 빈도와 강도 역시 증폭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신기하고 편리합니다. 허지만...하이퍼링크의 거미줄로 덕지 덕지 뒤엉킨 하늘. 

오로지 영(0)과 일(1)의 황폐한 부호들만이 쌓여있는 사막....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무시로 드는건 로변철만은 아니겠지요. 


몇년전 돌아가신 독설가, 미국의 스탠드업 코미디언 조오지 카알린. 

그의 '우리시대의 파라독스'  인용으로 이 글을 마무리 합니다. 


We build more computers to hold more information, to produce more copies than ever, but we communicate less and less. 컴퓨터를 만들어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정보와 자료를 갖게되었지만 소통은 점점 더 줄고 있다. 

(이하 귀챠니즘으로 그냥 한국말로)

길을 넓혔으나 시야는 좁아졌고, 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작아졌고, 지식은 늘었지만 판단은 줄었고, 

사는 방법엔 통달했는데 라이프는 없어졌고, 구매는 왕창 늘었지만 즐거움은 팍싹 줄었고, 

멀리 달나라에는 다녀왔으되 길건너 이웃에게 다가가는 법은 잊었다....(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