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에서 네브레스카의 시골마을 오가랄라까지 약 800여 마일-
아마도 서울/부산 왕복 두번 정도는 될 거리를 하루만에 주파해야 합니다.
아들이 운전대는 자기한테 맡기고 아빠는 뒷자리 누워 푹 주무시랍니다.
끝간데 없는 벌판에 가끔 블랙엥거스 몇마리가 풀 뜯어 먹는게 볼거리라면 볼거리일 지경. 지루하기 짝이없는 미드웨스트 황무지 길에 무보수 운짱이 생겨 좋긴한데 아무래도 영 불안합니다.
게다가 옆자리 엄마와 대화에 심취하면서 자주 한손으로 제스쳐를 취합니다. 전방주시를 안하고 자꾸 엄마 쪽으로 얼굴을 돌리기도 하고......
보다 못해 주의를 좀 주었더니 짜증을 냅니다. 아빠는 운전할때 나보다 더하던데 뭘 하면서....자긴 충분히 조심하고 있는거니 걱정 붙들어 매시랍니다.
그래서 나중에 보여주려고....
자는 척하며 증거 수집 몰카 촬영을 했습니다.
무조건 칭찬만 하고 잔소리는 아예 하지 마라?
이건 잔소리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잔소리인데,
미국부모들에 비해 한국부모들은(개인경험의 제너랄리제이션인지 몰라도) 비교적 애들에게 잔소리 엄청해 해대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것도 윽박지르는 식으로.
심한 사람일수록 자긴 심하지 않다고 혹은 그게 자식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표현이라 여깁니다.
근데 다들 알다시피 틴에이저들에겐 청개구리 심리가 있습니다. 부모가 잔소리 하면 어쩐지 어기짱이 나서 더합니다. 심리학에서 로미오앤줄리엣이펙트 R&J effect라고도 하지요. 그러니까 공부해라, 운전조심해라... 같은 잔소리 자꾸하면 개선보다 역효과가 날 확률이 더 큽니다.
말하자면 차는 차대로 뽀개지고 부자관계는 부자관계대로 망가지는거지요. 차리리 그냥 아뭇 소리 안하고 가만놔두면 차 박살 한번 내고 스스로 깨닫습니다. 적어도 부자관계 커뮤니케이션은 계속 보존됩니다.
▣ 12시간 넘는 장거리 주행...중간중간 한적한 레스트에어리어에서 간단요가와 스트레칭으로 몸을 푸는 모자. 이것도 지가 원해서 하지 만약 쉴때마다 저런 요상한 몸풀기를 꼭 하라고 아들에게 잔소리했다면? 녀석은 절대 안했을 거다-에 한표.
우리집 경우,
안사람은 평생 애들에게 절대 잔소리란 걸 안합니다. 무조건 칭찬하고 북돋아만 준다는게 집사람 교육방침입니다. 그래도 잘못된건 지적해 줘야 하지 않냐 물으면 위의 논리를 댑니다.
내 생각엔 그걸 논리적으로 생각해서라기 보단 원래 집사람 바탕과 성격이 무사태평, 켄세라쎄라주의라 그런거 같습니다. 내가 옆집 금발의 돌싱녀와 저녁을 먹고와도 잔소리는 안 하는 사람입니다. 한동안 찬바람은 불지언정.
반면 무효과 내지 역효과임을 알면서도 로변철은 애들에게 잔소리를 할땐 하는 편입니다. 역시 성격 탓인듯 합니다. 할 말은 못 참는, 아니다 싶으면 그냥 못넘어가는.
당연 아이들은 엄마를 너무나 좋아합니다. 미주알 고주알 모든 속내를 터 놓고 이야기 합니다. 옆에서 들으면 마치 딸과는 단짝 친구, 아들과는 연인사이 처럼 보입니다. 커갈수록 야단맞을까봐 무서워서가 아니고 엄마가 마음 아파할까봐 행동과 말을 조심하는게 느껴집니다.
한편 나는 생각하면 좀 억울합니다. 로변철도 잔소리꾼은 분명 아닌데 늘 오냐오냐만 하는 제엄마와 비교돼서 상대적으로 렉쳐링(preaching)을 많이 아빠가 된거 같아서 입니다.
그나저나, 요랬던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슬슬 장가갈 나이가 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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