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강한아들 프로젝트

아들의 생이빨 실수로 뽑아버린 치과의사

아들의 멀쩡한 생이빨-

실수로 뽑아버린 치과의사


살다보면 때로 영화보다 황당한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만...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이런 일이....


아들애가 치아 6개를 한꺼번에 뽑았다. 위스덤티쓰  두개 포함해서.

치열교정을 위한 예비작업이란다. 나는 웃을 때  미관상 좋지 않게 조금 삐뚜러지게  났다고 멀쩡한 이들을 뽑아 버리는 것은 반대한다. 아직 우리집에서 누구도 성형수술이란건 해본 적도 없고 기본적으로 반대다. 그냥 생긴대로 살면돼지....

애 엄마 말에 따르면 요즘 한국에선 연예인들이 얼굴 교정, 입모양이 튀어나와 보이는 것을 고치기 위해서도  일부러 이를 다 뽑고 전부 임플란트를 하기도 한다고 한다. 물론 우리 아이 경우는 그런 케이스와는 전혀 다르다. 발치한 6개 중  4개의 이가 기형적으로 잇몸 속에 묻혀 나오질 않는다는 거다. 즉 교정과 무관하게라도 어차피 언젠가 제거해야 하는 상황.  


그날 오랄서전이 뽑아논 치아 중 두개를 기념품으로 주었다. 뿌리가 싱싱한게 하얗게 쭉쭉 뻗어있다.  고르지 않게 나온게 잘못이지 이빨들 자체는 너무나 이쁘고 완벽하다. 아깝다. 


덩치만 컸지 아직은 어린애인 열네살 아들은 집에 와서 깊은 잠에 빠진다. 마취약 기운이 다 풀리고 나면  잇몸이 꽤 아플텐데....걱정하고 있던 차, 애가 화장실에서 물고 있던 거즈를 뱉아 내는데 아니 이게 무어야, 그 속에서  생이빨 하나가 툭 떨어진다. 


오마이갓!!!!

아들과 집사람이 놀라 소리치고. 



지난여름, 아들의 브레이쓰를 제거 중인 교정치과의.(오랄서전은 다른 사람)      


나는 곧 바로 60대 백인인 닥터 P-오랄서전(Oral surgeon)에게 이머전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15년된 우리 가족치과의사가 소개해준 교정치과의사, 그리고 그가  다시 소개한 뽑기전문(?)의사. 한국말로는 뭐라는지 알 수 없는, 오랄서전 덴티스트다. 닥터 P는 처음엔 그게 무슨 소리냐며 펄쩍 뛴다. 그러더니 혹시 베이비투쓰가 빠진거 아니냐고 엉뚱한 이야길 한다. 아니 그거 다 간게 언젠데....


그와 통화를 하면서 그의 지시에 따라 후랫쉬로 내가 피투성이 인 아들 입안을 살펴보며 혹시 더 빠진게 없나 일일이 세어보고(이때는 어쩐일인지 송곳니가 하나 더 빠져 있는 것을 발견치 못함)....호들갑을 떤 끝에 결국 아마도  간호사가 이미 뺀 이빨 6개 중 하나를 잘못 해 떨어트린 것 아닌가로 추측....????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밤에 욕실에서 아들 아이가 소리쳐 부르는 소리가 났다. 깜짝 놀라 달려가 보니 발치 계획에 없던 멀쩡한 송곳니가 없어졌다는게 아닌가. 정말 그 자리가 텅 비어 있었고 맞추어보니 아까 거즈 속에서 툭 떨어진 이가 바로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송곳니였다!

야밤이지만 다시 닥터 P에게 즉시 전화를 걸었다. 그럴리가 없다, 자기도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한마디로 귀신이 곡할 노릇. 그러더니 어쩌면 마취 중 애가 너무 이를 악다물어 나중에 빠지는 일이 생긴 건 아닌가 생각한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빠진 이의 뿌리는 몸체보다 길고 싱싱하기 이를데 없다. 중간이 부러진거면 몰라도 어찌 생뿌리까지 저렇게 완전하게 뽑혀 나왔단 말인가. 나로선 당신이나 간호원 실수로 그런 것으로 밖엔 달리 생각 할 수 없다.하지만 당신이 모르는 일이라니 일단 내일 다른 의사를 찾아 세컨오피니언을 들은 후 만나자하고 일단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이때 이미 나는 닥터P가 엄청난 실수를 했고 스스로도 감당이 안되자 모르쇠 작전으로 나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런데 이튿날 새벽같이 닥터P가 내게 먼저 전화를 했다. 끝까지 자기가 실수로 뽑았다는 명확한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자신이 수술 중, 자기 클리닉에서 일어난 일이니 무조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본인도 놀라서 어제 밤새 한숨도 못잤다며 한숨을 푹 쉰다. 결국 간접적으로지만 'mistakenly extract a wrong tooth...'를 시인한 것과 다름 없었다. 아마도 챠트를 잘못 보거나 하여 멀쩡한 이를 뽑은 것이다. 그리곤 스스로도 너무 황당한 나머지 한 순간 발뺌을 하려고 발치한 이를 거즈 속에 넣어 입안에 싸두고는 시치미를 뗀ㅆ던 것이다. 


그리곤 아마도 밤새 고민하다 문제가 더 커질 것을 걱정하고는 오늘 새벽같이 자진해서 내게  전화를 한 것이다. 황당했다.  세상에 듣도 보도 못한 일, 뉴스에나 나올 일이 우리 애한테 일어난 것이다. 얼마나 부주의 했으면 치과의사가 엉뚱한 이를 발치하는 이런 말도 안돼는 실수를 하는가 말이다.  게다가 은폐까지 하려 들다니.....


그러나, 잠시 눈을 감고 분을 삭였다.  깊이 심호흡을 했다.

치과의사도 사람 아닌가. 일부러도 아니고 실수를 한거고 자기도 얼마나 놀라고 당황됐으면 그랬을까. 그간 쌓아온 명성과 덕망... 그는 이 동네서만 40년간 존경 받아온  오랄서전이고 훌륭하게 키운 장성한 자녀들은 다 우리애 고교의 선배들이다. 어쨌든 뒤늦게나마 그리고 간접적으로나마 책임을 인정하고 모든 치료와 보상을 해 주겠다고 하고 있지  않는가.


이미 벌어진 일, 합당한 처리와 보상만 주어진다면 인간적으로는 그의 실수를 이해하는 쪽으로 마음먹었다. 실수자체 보다 은폐하려고 한 데 대해서 특히 화가 난 아들과 아내에게도 운이 나빠 교통사고 당한 셈치자며 달래고 진정시켰다.


내가 평소 경멸하는 사람들 중 하나가 소송으로 한 몫 잡으려는 이들이다. 이를 기화로 큰 돈을 요구하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닥터 P는 당연 모든 사후처리를 책임지겠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적정한 보상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하며 의외로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음을 알게 되었다. 아직 아들의 턱뼈가 자라는 중이라 임플란트 치료를 최소한 3-4 년간 기다려야 한다는데 문제가 있었다. 더욱이 그 동안 이가 없는 부위만  턱뼈가 덜자라고 약해지게 되므로 보통은 뼈 이식, 잇몸, 신경치료 등이 추가로 필요하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말이었다.  즉 성인일 경우 당장  임프란트를 하면 되나 우리아이 경우는 치료가 5년 후 일이되므로 지금 정확한 피해/비용산출이 안나오는 것이다. 


가족치과의인 닥터 헥스트롬, 아들의 교정치과의인 닥터 힉스에게 전화로 상황설명을 하자 다들 놀라며 만나자고 했다.  그들은 오랄서전인 P가 제시한 보상과 치료비는  너무 적다고 귀뜸해 주었다. 특히 닥터 힉스는 자신과  비지니스 파트너라 할 정도로 환자를 주고받는 사이인  닥터 P지만 다른 만나본 전문가들 보다 오히려 더 우리편에서(?) 의견을 개진해 줘서 좀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공과 사를 구분하는 그의 태도가 고마웠다. 아내는 멀리 한국전문치과에 온라인상담을 하기도 했는데 미래비용예측에 큰 도움이 되었다. 우리는 리서치한  자료를 근거로 놓고 가족회의를 했다. 아이들에게도 필요한 교육기회라 생각하고 같이 의론에 참여시켰다. 


그런데 다음날 만난 닥터P는 자신이 차후 무료시술해 주겠다는 제의를 하면서 보상액을 물건 흥정하듯 계속 딜을 하려 하는게 아닌가.  나중에 양편 중 하나가 멀리 이사갈 일이 생길지도 모르고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건데....


무엇보다 아들애가  닥터 P에게 다시 가려 할까? 그의 말도 안돼는 이야기들에 꾹 참고 이해하고 넘어가려던 마음이 없어지려 했다. 변호사를 사라는 주위 충고도 무시하고 예상되는 실치료비만 청구한건데 그토록 미안해 하다면서 실제로는 자기 타산만  생각하고 있는게 아닌가. 


또 한가지 이해가 안되는 것은  이런 경우 대비해 들어 둔 보험이 있음에도 굳이 자기가 직접 자기 돈을 주겠다고 하는 점이었다. 아마도 디덕터블/페날티 걱정에 그리고 그보다는 자기 커리어에 불리한 기록이 남는게 싫어서 였으리라. 인간 심리 매한가지지만 상대가  변호사도 고용하지 않고 실수를 이해하는 식으로 순순히 대하니 갈수록 자신의 이득만 챙기려는게 분명했다. 


결국 소송으로 가야 할거 같았다. 하지만 그건 나도 바라는 바는 아니라 마지막으로 다소 강한 어조( 좀 점잖게 표현하면 '공갈')의 편지를 보내 보기로 했다. 기대 안했는데 의외로 그 편지를 보고 닥터P는 비로소 분위기 파악을 좀  한 듯 했다. 신문기사화되고, 치과협회에 리포트되고, 소송으로가면 더 큰 돈을 물어 줄 수 있는 상황....완전히 쫄았는지 바로  다음날 만나자고 한다. 결국 구두합의를 거쳐 몇주 후 그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합의각서에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일단 어그리먼트에 사인은 받았지만 아들이 미성년자라서 절차상의 문제가 남아 있었다. 트러스트어카운트를 만들고 법원 판사의 승인을 얻은 후 받은 돈은 아들이 성년이 될때까지 그 구좌에 보관해 두어야 하는 것이다. 


( 지난 2010년 8월에 있었던 일로 구글 블로그에 써놓았던 글을 여기 옮깁니다. 그 후 보상문제는 법원판사의 조정을 거쳐 소송없이 원만히 잘 해결되었고 아들은 그 후 2년간 하고 있던 교정 브레이스를 최근 풀고 요즘은 리테이너를 하고 있습니다. 송곳니 자리에는 몇년 후 턱뼈 성장이 끝나는 대로 임프란트를 해 넣을 계획입니다. )




그저 오늘 하루도 무사히....

살얼음 위  걷듯 조심 또 조심 



2년전인 지난 2010년은 무슨 액이 끼었는지 무려 세번이나 소송에 연루될 뻔 한 상황이 생겼었다. 


상기 아들아이 생이빨 뽑힌 사고 말고도 집사람이 애들과 즐겁게 인근 초대형 메가몰에 쇼핑을 하러 갔다가 쇼핑몰 시설미비 과실로 넘어져 무릎뼈에 금이 가는 일이 생기질 않나, 이미 4년전 다 끝난 비지니스계약 건이 새삼 문제가 되질 않나....


이상한 일이다. 지금까지 스무해 넘게 외국서 사업을 벌이며 많은 일을 벌이고 겪었어도 소송천국이란 미국에서 아직 이렇다 할 법적문제나 송사에 휘말린 일이 없었는데 말이다. 오히려 백수로 조용히 집안에서 은둔자중하고 있는 중에 이게 웬일인지. 


생각하면 한창 사업을 할때 수없이 많은 상계약을 했고 많은 경우 법률비용을 줄이려고 직접 계약서를 작성했었다. 그리고 지난  이십여년간 직접 고용/해고한 사람들 만도 이백여명이 넘었던걸 생각하면 그간 참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2010년 발생한 모든 케이스가 내가 쑤를 당한게 아니다. 모두 피해를 당한 플레인티프의 입장 즉 칼자루 쥔 입장이었다. 대충 양보하고 실제 피해만 보상 받으면 참고 넘어가면 돼는 경우였던 거다. 아마 내가 미국사람, 그리고 그 중에도 유별나게 소송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면 세 케이스 모두 그냥 대충 보상받고 넘어가진 않았을 듯 싶다. 


변호사를 선임해  독하게 밀어 붙이면 최소한 몇만 또는 몇십만까지도 더 챙길 수도 있는 케이스들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말이지 오랜시간 남과 싸우는 일- 소송은 가능한 피하고 싶었다. 돈 좀 손해 보더라도. 재미난 일도 너무 많아 시간이 부족한데 기분 나쁜 일에 왜 시간과 정력을 소비하나 말이다. 

      

허나 살다보면 정말 안 생겼으면 싶은 이런 황당한 일들이 한번씩 벌어진다.


어쩌랴, 그게 인생인 것을.


감당 못할 더 큰 사태가 벌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감사하고 용서하며 그저 오늘도 무사히 바른 마음가짐으로,살얼음  위를 걷듯 그저 조심조심 살아 가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