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애들은 미국시골서 자라는 바람에 그만 한국어를 익히지 못했습니다.
이하 부모로서 아쉬움과 미안함을 적어 봅니다.
타이거맘까진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도 두아이 교육에 나름 최선을 다했다 생각한다.
애들에게 보다 나은 교육환경을 찾아, 맹모보다 더 많이, 세번도 넘게 이사도 했고.
헌데 지금와서 애들을 품 밖으로 떠나 보내는 상황에서 한가지 아쉬운 게 있다.
아이들에게 어려서 한국말을 가르칠 기회를 놓쳤다는 거다.
명색이 한국어클래스(한인입양아 백인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봉사를 3년이나 했으면서 정작 우리 애들에겐? 가나다라 정도나 겨우 외우게 하고 말았다.
핑계는 있다. 호구지책으로 늘 바쁘다보니....
그리고 미드웨스트에서도 옥수수밭으로 포위된 후미진 시골서 살다보니 그렇게 됐다.
엘에이나 뉴욕같은 대도시 한인타운 언저리에만 살았었다면 이건 자동으로 해결됐을 문제다. 한국방송,한국교회, 한국친구...적어도 간단한 회화정도는 했을거 아닌가. 그런데 우리애들은 한인커뮤니티는 커녕 자라는 내내 변변하게 한국말하는 친구가 주변에 한명도 없었으니.
딸애는 한때 방문오신 할머니와 몇달 지내며 한국말을 좀 했었다. 너댓살때다. 엄마 이리와 나 *마려 정도였지만.
한동안 그 사실을 모두 잊고 있었는데 얼마전 온가족이 옛날 가족 비디오테입을 모처럼 앉아 보는데 딸애가 할머니와 한국말로 제법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나오는게 아닌가. 저도 신기해하고 우리도 새삼 놀랐다.
그러나 학교 들어가며 한국말을 전혀 쓸 일이 없으니 그만 싹 다 잊어버려 버린거다. 내가 소시적에 재일교포 여친한테 일본어를 제법 배웠었지만 30년 넘게 전혀 쓸 일이 없다보니 완전 까마귀고기를 먹은거랑 같은 대목이다.
하지만 꿩 대신 닭, 그리고 누구나 각자가 다른 자신만의 달란트가 있는 법이다.
우리 딸의 경우 대신 제2외국어로 라틴어와 프랑스어를 했다. 단기간에 상당 수준에 올랐다. 작년 교환학생으로 프랑스어권 국가 몇달 갔다오면서는 능숙하게 회화를 구사할 수 있다.<--본인 말로는.
당연한게 불어가 영어와 같은 통속, 어군이니 애들한텐 훨 배우기 쉬웠던 모양이다. 부모의 언어란 이유로 체계가 딴판인 한국어를 선택했다면? 아마도 그 몇배 노력/스트레스를 투자했더라도 보통의 2세애들이 그렇듯 국민학교 수준이나 됐을 공산이 크다.
지난 가을 캘리포냐 한두달 지내며 놀란 게 하나 있다.
미국서 나서 자란 2세 임에도 한인커뮤니니티에서만 자라고 어울려 한국말을 본국애들 못지않게 하는 애들을 보면 아무래도 영어어휘나 표현력은 뭔가 부족한 애들이 적지 않더란 거다. 보통의 경우 모국어 하나도 완벽하게 구사하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천차만별인 미국사람들의 영어수준 차이를 보라.
그러니 완벽한 바이링구얼이란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비단 언어 뿐이 아닐 것이다. 무슨 분야건 특출한 재능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보통의 경우, 하나를 집중 팠을 경우와 여럿으로 분산됐을 경우 결과는 자명하지 않을까. 자칫 어느 하나도 완벽하지 못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개인마다 다르므로 일반화해서 말할 수는 없는 이야기다. 극히 드물지만 한국서 낳서 뒤늦게 미국왔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네이티브 수준의 영어를하는 돌연변이들도 있으니까.
안다....이게 다 애들한테 한국어 못가르친 부모의 핑계고 자위일 뿐임을. 하지만 대신 지들이 좀 더 배우기 쉬운 다른 언어를 하나씩 익혔고 또 자기들의 마더텅을 그만큼 더 자주 많이 익혔을테니 결국 플러스마이너스 쎔쎔이지 뭐.... 하는 궁색한 논리로 미안함과 아쉬움을 달래 본다.
아들애가 요즘 가나다라부터 다시 외우는 중입니다. 우리 애들은 적기를 놓쳤지만 아직 자녀가 어린 동포분들 애들 한국어 교육에 힘쓰시기를....
(후기) 일주일만에 들어와보니 댓글이 많이 달렸네요. 이건 아닌데 싶은 글도 있지만 삭제 안하고 모두 승인합니다. 다만 사진에 아이 머리털을 노랗게 염색했냐고 총천연색 육두문자를 남발하신 황당한 댓글만큼은 부득이 삭제합니다. 원래 털이 그랬던걸 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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