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국일기

잘 안되네, 앵거 매니지먼트!

미국에서 관공서/대기업 다루는(deal) 방법 

그리고 앵거 매니지먼트.  


안드로메다시 남동쪽의 불탄마을(번스빌-이름을 왜 이리 지었을까?)이란 중산층 동네에서 며칠째 잠행 중입니다. 늘 말만 앞서지 아직 인격수양, 특히 엥거매니지먼트가 이 많이 부족한 로변철 소장. 며칠째 이렇게 조용하고 평화로운 파크에서 스텔쓰 오버나잇 캠핑을 하며 지내다보니 저절로 마음수양이 되는 기분입니다. 


그런데.... 


아직 멀었네요. 오늘 별거 아닌 작은 일들에 두번이나 다시..... 






관공서-주정부 자동차국  


아침부터 혈압 좀 올렸다.      

새로 구입한 바우집-유보트의 타이틀(소유증서) 때문이다.   

이거 중요한 거다. 우리에겐 자동차만이 아니라 집문서이기도 하다.    


근데 없어졌다. 분실이 아니다. 일단은 잘 발급되었단다. 

그리고 훼덱스 비행기로 나에게 보냈는데 되돌아 오길래 

그냥 잘게 잘라 점심 칼국수를 만들어 먹었다...는 것이다. 

-이게 신청 후 한달 넘게 오질 않아 이상해서 오늘 아침 몬타나주의 

자동차국 담당에게 기껏 전화해서 들은 이야기다. 


누군가 연속극을 보면서 봉투를 부쳤는지 하여간 황당한 실수로 

우리가 잠시 기거하던 캘리포니아 사막의 주소지로 보낸거다.   

분명 세인트폴로 보내 달라고 “디퍼런트" 메일링 어드레스란에 

명기했었음에도.   


전화로 확인하니 사막 RV Park의 친구들이 대신 받아놓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단다. 레지스터드 메일이라 수취인 사인이 있어야 했으므로. 

결국 잉크냄새 폴폴나는 새 핑크슬립(pink slip; 타이틀의 속칭)은 

겨우 캘리포냐 황무지 구경 한번 하고는 몬타나로 반송됐고 수취인 불명이란 

죄명으로, 그 경우 타이틀은 바로 폐기해야 한다는 

개떡같은 규정에 따라, 짧은 한생을 국수가락으로 처참히 마무리 한거다.   


이건 완전 지들 잘못인데 미안하단 말도 안한다. 

부글부글 끓는걸 참고 그럼 이제 그걸 재발급 받으려면 어찌 하오리까 물으니 

아줌마, 계속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건드린다.  


-이제부턴 우리 카운티 소관이 아니구여, 디파트먼트오브저스티스랑 

딜을 해야되걸랑요. 필요한 서류는 판매계약서에 이전의 타주발행 

타이들 원본에 전주인 진술서에 공증에 마일리지 입증에.....블라블라...

기타등등이에요.  


뭐 원본서류들은 다 이미 보냈는데? 걸 어디서 다시 구하란건지. 


-그게 워낙 복잡한 절차라 본인이 직접하시기 힘들거에요. 

보통 이런 경우 전문 에이전트를 고용해서 하거든요.


왓? 그렇게나 복잡? 


-네, 서류준비와 소유권 입증이 장난아닐꺼예요. 


근데 재발급은 바로됨? 


-그건 시아버지도 며느리도 몰라요. 6개월 걸릴 수도 있고....


순전히 그대 오피쓰의 실수때문인데 이런 경우가...


-이유불문 없어진 타이틀 새로 만들려면 오로지 그 절차 외엔 없어요오옹...


이건 좀 심하지 않은가. 그리고 짜증은 왜 니가 네니...

로변철이가 군자수행자에 크리스챤+부디스트만 아니었으면...F워드가 막 터져 나올판. 


그 누구냐 티모시 멕베이가 정부청사 폭탄으로 날려 버릴때 아마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미국사람도 누구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내가 특히 20여년전 이민수속하며 당한 이른바 

the exasperating stupidity of bureaucracy….를 오늘 오랜만에 또 당한다. 


하지만 

오랜 경험으로 참는다. 이 경우 열받아 목청 돗구면 나만 손해임을 잘 알기에. 


결국 마지막 카드. 


아줌씨(‘맴'이라고 정중히 호했지만 기분은 그랬다는..)하고는 더  이상 말 못하겠네.   

당신 상관 좀 바꿔. 


-지금 자리에....


그럼 전번이라도. 


일단 주정부 저스티스디파트먼트의 발급담당자에게 DMV 말이 사실인지 확인 후 

다시 카운티 수퍼바이저에게 직통전화를 했다.  


큰 기대는 없었다. 게는 가재 편이겠지 뭐.  


근데, 

이번 아줌마는 첫 대응부터가 무척 상냥, 점잖고 예의바르다. 

어쩐지 예감이 좋다. 


자초지종을 간략히 그리고 최대한 예의 바르게 설명했다. 

자,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유튜브의 VIN넘버를 묻더니 잠깐 기다리란다. 

다행히 당초 제출된 신청서와 서류들이 스크린샷으로 저장되어 

있었는 모양이다. 


결과는? 


-아, 이거 저희 실수네요. 어떻게 이런 일이....

저스티스디파트먼트에 재발급 신청하실 것 없습니다. 

제가 직권으로 다시 발급해서 오늘 바로 우송해 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아줌마, 목소리는 또 왜 그렇게 이뿌누...

---------------------------------------------------------------------------------


대기업-미국최대 RV제작공장 


오늘 일진이 왜 이러나....

아침부터 잠시 혈압 좀 올렸는데 오후에는 또 다른 따질 일이 생겼다. 


이번에도 바우집 때문...

뒷편 해치 하나가 덜렁거리는 문제 그리고 냉동고가 갑자기 프로페인 가스로 전환이 안되는 문제. 

(보통 RV의 냉장고는 에너지원이 전기.베터리 그리고 LP가스. 조절레버를 자동으로 세팅해 놓으면 

상황에 따라 전원소쓰가 바뀐다.)  


공장워런티로 점검 수리를 위해 인근 위네바고 딜러에 전화하니 모두 북킹이 

한달 이상 밀려 기다려야 한단다. 


여름 휴가철이라..이해해야지....

하면서도 좀 짜증이 올라온다. 


다행히 본사 제작공장이 노던 아이오아주.  예서 불과 1시간 반거리다.  

그럼 아예 직접 본사공장으로 가져 가지 뭐.   


근데 전화가 자동응답으로 넘어가더니  2시간, 3시간 넘게 받질 않는다. 

팔아 먹을땐 언제고 이 인간들이....

그러다 겨우 연결됐다. 

느리고 점잖은 목소리....오바마가 파트타임으로 취직한 줄 알았다. 

근데 한다는 말이....


엄....11월 10일이면 되는데 예약해 드릴까요? 


뭐? 노뱀버? 내가 잘못 들은건가, 

오바마에게 다시 물었다.  

너 지금 3시간 기다리게 하구나서 노뱀버라구 했니? 


네 그때가 가장 빠른 날짜입니다. 


성인군자 엥거메니지먼트고 뭐고 

아까 아침 나절에 몬타나 DMV아줌마한테 참았던 것까지 

같이 몰아서 폭발했다. 


로변철 : 이런 개쌍 MFSB...18##$&^%#!@#$$^&&*!!  


그러면 안돼는 줄 알지만 ...소시적 나름 한가닥했던 드런 승질....

오랜만이다. 아직 안죽었네.   


오바마 ............(묵묵무답)


좀 심했나, 하긴 전화받는 이 친구야 무슨 죄....


잠시 흥분해서 미안하다만...당신이 아니고 당신 회사에 대한 욕이니 

당신이 기분 나쁠껀 없으리라. 하지만 니들 지금 장난하니? 집한채 값에 팔땐 언제고...

당신 같으면 열 안받겠나?  


그리고 우리의 특수사정을 상기시켰다.  


우린 그냥 팔자 좋은 여행자가 아니다. RV는 우리 차+집+오피쓰다. 

여름에 집에 냉장고 안돼고 창문으로 냉방 새면 어떻게 사니? 


오바마:.... 매니저에게 물어 볼테니 잠시만.... (2-3분 경과) ....고객께서 

혹시 며칠간 시간을 낼 수 있다면 이런 방법이 있다. 오히려 예약없이 아무때나 와서 

하루 이틀을 drop off 해서 기다리시는건 어떻겠는가. 그럼 테크니션들이 하루 중 

여유시간을 조정해 수리해 드릴 수 있을 것이다. 

단 사정에 따라 3-4일이 걸릴 수 있는데 그동안은 제작과정 투어도 하고 

무료로 캠핑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이런,  진작 그렇게 나올 것이지. 한바탕 욕를 먹고서야...


잘 됐다. 안 그래도 전부터 제작공정 투어(많은 RVer들이 추천)도 하려던 참이고 

마침 가려던 길이다. 도중에 구경할 곳, 들릴 곳도 있고....

아주 한 1주일 정도 캠핑 일정을 잡아야 겠다. 


 

————————————————————————————


이참에 그간의 로변철의 25년 경험을 바탕으로 내 잘못이 아닌데 

미국관공서나 대기업으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당했을때 

이들과 딜하는 법, 주의점을 한번 되짚어 봅니다. 


- 전화걸기 전에 먼저 관련자료를 빠짐없이 준비


- 그 문제에 대해 결정권한이 있는 부서/사람을 우선 찾아낸다. 

  엉뚱한 인간 붙잡고 말해봐야 입만...


- 아무리 화가나도 감정으로 대응하면 안된다. 전에 LA에서 화가 난다고 시청직원에게 

  I’ll break your neck이라고 했다가 신문에도 나고 잡혀간 한인이 실제 있었다.  

  특히 F워드나 위협은 금물. 

 

-도저히 안될거 같으면 정중히 당신의 상관, 수퍼바이저를 바꿔 달라고 해 그에게 다시 한번 설명해 본다. 밑져야 본전.


-마지막 카드로....혹시 내가 이민자(소수민족)라 차별하는건가 다른 기관(법원)에 어필하겠다는 말은  경우에 따라 크게 약발을 먹는 수가 있었다. 이때도 흥분하지 말고 차분한 어조로. 



이렇게 해서 부당한 경우는 물론 내 착오나 실수인 경우에도 쉽게 해결된 경우가 많았다는.... 



'미국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시의 정글에서  (3) 2015.09.03
존재의 창조적 주체  (0) 2015.08.29
캠핑카는 이혼으로 가는 급행버스?  (2) 2015.07.07
백수생활의 진실  (0) 2015.05.20
몸뚱이가 둘이라면  (0) 201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