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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기

존재의 창조적 주체

아메리카 대륙종횡-오늘은 아이오와주...


마치 온라인에서 손가락 가는대로, 클릭 한번으로, 사이버 공간을 끝없이 돌아 다니듯,  

바람부는데로, 바퀴굴러 가는대로 오프라인의 실상계 속을 하염없이 흘러 다닌다.        


그러면서 만나는 다양한 인생들, 색다른 이야기들..... 


이동생활의 불안정이 주는 어쩔 수 없는 불편....에 대한 보상은 

역시 다양한 만남으로 지루할 틈 없는 버라이어티한 삶의 묘미다. 

맨날 그 얼굴이 그 얼굴인 붙박이 삶에서는 맛 보기 힘들 다이나믹한 나날.


그런 와중에 언제나,   


일반적이지 않은, 조금은 특이한 스타일의 라이프를 택한 이들을 수시로 만나는데

어쩐지 꼭 말을 걸어 보게 된다. 상식에서 벗어난 동키호테들....보편적 기준으로 생각하면 황당한 

사람들로 보일 수 있는 이들.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다.

  

오늘 아침 만난 동부에서 온 이 친구와 가족...

.

30대에 산타클로스 수염을  길른 것 부터가 기이하다. . 

털 관리가 상당히 구찮을텐데.... 난 대머리는 싫다는 그대 만 아니라면. 이마 위에 털도 구찮아서 다 밀어 버리고 싶은데...궂이 턱밑에 윗털 두배의 털을 달고 사는 건 무슨 사연일까? 


젊은 나이에 아내와 갓난아기를 데리고 일찌감치 길 위의 집시 삶을 택한 것도 유별나다.

아직은 한창 일할 나이 아닌가. 세상경험 두루 한 후 나중에 얼마든 할 수 있는데 뭐가 그리 급했을까...


아기까지 키우면서 개를 두마리나, 그것도 송아지 만한 큰 개 까지 기르는 것도 특이하다. 

좁은 캠핑카 안에서 다같이 어떻게 살지? 애 돌보며 개 목욕, 밥주기, 변처리 만도 장난 아닐텐데....

 

이게 산타청년의 가족이 타고 다니는 바퀴달린 집. 


하지만....청년 산타를 걱정하다보니 이거 로변철이가 지금 사돈 남말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떠오르는 생각. 


도대체 무엇이 일반적이고, 보편적이고, 상식적이란 말이냐. 

또 무엇이 기이하고 유별나고 특이하다는 걸까 


정녕, 공통의 기준, 잣대...그런게 말하기 쉬운 만큼 그렇게 쉽게 규정할 수 있는 건가?  

그런게 있다 치자.  


왜 거기에 내 삶을 맞춰야 한다는 거지? 


라이프스타일 뿐 만이 아니리라. 


세상의 모든 생각들- 종교, 철학, 사상.....에 보편타당이란 무엇인가. 

감히 누가 어떻게 그걸 규정할 수 있을까.  


그건 각자의 상상 속에 있을 뿐이다. 백인백색일 수 밖에 없다. 


모두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즉 있다 한들 알 수 없다. 

안다한들 사람마다 시대마다 해석이 다르고 이해가 다르고 설명이 다르다. 

언어화하려 할수록 왜곡되기 십상이다. 


백보양보하여 다수의 해석, 이해, 설명이 같다치자. 

왜 내가 그에 따라야지? 

내 삶을 거기에 꿰 맞춰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나의 상식은 내가 정한다. 

나는 나이기 때문이다. 

나는 너희가 아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나에게 해를 주지 않는다는 전제라면 

타자의 그 어떤 생각과 행위도 나의 잣대로 평가하지 않는다. 


머리털 보다 길게 턱수염을 기르건 말건 

캠핑카에 말만한 개를 기르건 말건

30살에 은퇴를 하건 말건... 


나는 남의 생각, 남이 만들어 놓은 틀(이른바 '상식')에 맞춰 

빈껍데기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에 대해 (이해하면서도)안타까움을 느낀다.  

나도 그랬었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여전히 그런 삶을 산다.  

나 아닌 남의 삶을 산다.    


더 나아가 자기의 해석에 따른 자기의 보편과 상식의 잣대로 

타자까지도 평가하고 자기방식을 강요하려는 이들이 많다. 


그들을 가장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그같은 착각과 어리석음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역사상 인간간의 크고 작은 모든 분란이 그런 독선에서 발원했기 때문이다.  



반면,

누가 뭐라든(단, 타자의 영역과 생각도 동등하게 존중한다는 전제하라면 ) 

자기만의 생각, 자기가 만든 독특한 상식과 방식에 충실한 대자유인의 삶을 실천하는 

또라이, 동키호테, 4차원.....들에게 언제나 무한한 애정을 느낀다. 


그들은 우리에게 인간은 변화하는 과정 속에 스스로 결단을 계속해 나가는 

창의적 '존재의 주체'임을 행동으로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온몸으로 묻고 있다. 다수의 기준과 잣대로 모든 걸 평가하고 스스로도 거기에 꿰 맞추려 기를 쓰는, 인두껍은 썼으되 뇌는 텅 빈, 불쌍한 꼭두각시 인형이 되려는 이유가 무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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