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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기

망해도 괜찮아-주식으로 얻을 수 있는 더 큰 것들


수익이 나면 나서 좋고 


손실이 나면 마음공부가 될 것이요 


완전 말아 먹으면 득도의 기회가 될터인 즉....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아 연구소 '모바일오피쓰'에서 나왔습니다. 

그대와 손잡고 달라스 다운타운을 종일 걸어 다녔네요.  


일찌기 세속에서 주식의 흥망성쇠를 두루 겪었습니다. 수직상하강의 롤러코스터도 몇번 즐겨 보았고... 

한때는 홈오피쓰에 10개의 모니터를 하루 16시간씩 들여다 보며 전업으로 몇년 먹고 산 기간도 있습니다. 그런 필자의 전력을 들은 한 젊은이가 조언을 구합니다.  


잘나가는 회사를 때려치고 전업주식투자를 하려는데 어떨까요?  


망서림없이 대답했습니다. 


용기있는 생각이다. 흥미가 있고 몰입해서 해볼 자신이 있으면, 그래서 상위 10%에 들 자신이 있으면 도전해보라...


고개를 갸우뚱하더군요.  주위에서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그렇게 시원하게 긍정적으로 말해준 사람은 처음이라고.  

이럴때,

문의자와 응답자는 동상이몽인 겁니다. 즉, 


*** 조언을 구하는 자의 의도: 

주식으로 나도 한방에 큰 돈을 벌고 싶다, 그게 가능할까? 


*** 조언자의 뜻: 

(수익가능성여부는 전혀 안중에 없고) 세상원리를 파악하고 자기통제력을 기르기엔 이만한 수련의 방편도 없을터이니 함 도전해보라.  수익이 나면 나서 좋고 손실이 나면 마음공부가 될 것이요 완전 말아 먹으면 득도의 기회가 되니 이러나 저러나 남는 장사아닌가....뭘 망서리냐....


참고로 로변철에게 여기서 '주식한다'고 하는 건 인베스트먼트가 아닌 intraday trading(속칭 scalping)를 말합니다. 개미주제에 워렌버핏식 흉내내며 잘한다는 자기착각에 빠지는 경우는 아예 논외로 하는 이야기란 겁니다.  많은 이들이 말도 안돼라고 하실 겁니다만. 다들 그거 한다고 하면 도시락싸들고 말리는 방식-속칭 초단타 스캘핑이 진정한 주식투자일 수 밖에 없습니다. 막상 알을 깨고 나와보니 그나마 개미가 가장 승률을 실력과 수련으로 높일 수 있는 최선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바닥에서 investment와 trading은 완전 two different animal인데 전자는 말이 좋아 밸류투자지 알고보면 도박과 진배없습니다. 헌데 세상은 요지경, 세상에는 그게 거꾸로 알려져 있는 겁니다. 예수의 넓은 문, 좁은 문 교훈은 이 바닥에도 맞음을 알아야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다수가 추천하고 신봉하는 중장기 가치투자야말로 기관, 증권사에 놀아나는 짓고땡 도박이고 운 좋아봐야 서서히 망하는, 그러다가 어느날 날벼락에 급사가 다반사인 시계제로의 놀음질이란 겁니다. 극소수 운으로 버는 이도 있겠지만 장기로는 결국 90% 망쪼나는 투자법입니다.


하여간 돌이켜보니 저 자신, 주식으로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돈이외에도 크게 두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이하....과거 저의 주식사이트에 있던 글을 퍼다 다시 올립니다. 


걷다보니 말한마디로 세계 주식시장을 춤추게 만드는 훼더랄리저브뱅크 건물도 보이네요  

상상을 초월하는 부가 몰려들고 있는 DFW지역



망해도 괜찮아, 주식으로 얻을 수 있는 더 큰 것들.   


1. 살아있는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취합, 분석, 융합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주가변동을 예측하려면 일단 관련경제에 대한 다양한 지식이 필요하고 나아가 국제경제 돌아가는 걸 알아야 한다.  경제를 말하려면 정치를 알아야 하고 그 배경에서 영향을 주는 모든 경제외(外)적 요소들 문화, 역사, 지리, 인간의 심리 등등을 나도 모르게 매일 리서치하고 앉아 있게 된다. 나아가 관심 인더스트리가 뭐냐에 따라서 관련된 물리, 화학, 지질...이공계 지식까지 요구되는 경우가 수시로 생긴다. 사실상 세상의 모든 정보와 지식들 그 중에도 서가에 꽂힌 죽은 지식이 아니라 오늘의 현상계를 돌리는 생생한 작동원리들과 그 상관관계들을 심도깊게 분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때의 공부는 시험을 위한 겉할ㅌ기식의 이해와 암기...같은 수동적인 학습이 아니다. 누구나 당장 돈이 걸린 사안이기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고도로 몰입하는 숭고(?)한 구도자의 모습을 보이게 된다. 학교 다닐때 그렇게 열심히 팠으면 박사 두세개는 땋겠네...라는 소리를 주위에서 듣게 되는 시점이다. 그러니 당연 다방면에 심도깊은 지식을 축척하게 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몇년 머리카락을 쥐어 뜯으며 살다보면 정보를 융합, 객관화하고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이 어느새 놀랍도록 향상되기 시작한다. 그 능력은 다만 주식에만 써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뜯겨져 나간 머리털과 날려 먹은 투자금의 반대급부가 반드시 금전수익만은 아닌 것이다.   


2. 인생은 자기자신과의 싸움이다. 세상살이에 가장 중요한, 스스로의 마음을 억제하고 다스리는 능력 즉 자기통어력을 기르는데 주식은 더 없이 효과적인 수행의 방편이 된다.   


주식의 성공비법을 물어보라. 고수일수록 별 말이 없다. 


아 그거? 

쌀때 사서 비쌀때 팔면 돼...


이는 공부가 깊은 학자, 성직자, 진정한 득도를 이룬 현자일수록 장황설을 늘어 놓지 않음과 같은 이치다. 


스님 만고의 최고 진리가 무언가요? 

아, 그거?  잣나무 아래 똥막대기지!


기업정보가 어떻고 챠트분석이 어떻고 장황한 논리를 펼치는 사람일 수록 일단 하수일 가능성이 높다. 일정 수준에 이른 이후 트레이딩의 성공비결은 알고보면 너무나 간단하고도 쉽다. 싱거울 정도로. 정말 잣나무 밑에 똥막대기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꾸 놓친다. 


그 단순한 몇가지 원칙들을 스스로 깨치는데에도 물론 오랜 숙성의 기간이 필요하다. 

아이큐 세자리이상 + 몰입열공을 전제로 최소 2년에서 5년....


그런데 여기에는 냉혹한 현실이 있다. 10년이 걸려도 못 깨치고 계속 꼴아만 박는 불쌍한 중생이 90%라는 ....주로 중장기 그래프를 신봉하는 챠티스트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눈먼 돈을 태우며 주식시장은 오늘도 돌아간다는.... 결국 어느 업계건 돈은 상위 10%가 번다. 


이거 또 삼천포로 빠지지만 하여간 

주식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삶의 모든 원리를 축약해 일목하게 보여주는...


진정한 고수(성인)가  되기 어려운 건 지식과 정보를 몰라서가 아니다. 알고도 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긴 세월을 거쳐 요행히  도를 깬 상위 10%들도 실전에서, 매번 베팅시마다 혹독하게 자기를 통제하면서 깨친 원칙들을 실천하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되는게 이 바닥이다. 한 순간 한 방에 훅 간다. 


그러고보면 이 바닥도 역시나 돈오돈수 아닌 돈오점수의 세계라는 거다. 지식, 정보나 챠트를 과신하는 교조주의는 인생 뿐 아니라 주식에서도 패망의 선봉이다. 영원한 애그나스틱(불가지론자)이 되라. 

이 모든 트레이딩의 원리를 깨쳤다는 것은 이제 비로소 실전 게임에 임할 선수자격을 갖췄다는 것일 뿐이다.   


결론: 트레이딩은 세상원리를 두루 파악하고 이해하는데 그만이다. 그리고 그 파악된 원리를 매일 실천하며 세상을 헤쳐나가기 위한 자기통어력을 기르는데 인트라데이트레이딩 만큼 좋은 수행의 방편도 없다. 통합된 정보(칸실리언쓰의 중요성)와 지식에서 우러 나온 지혜 그리고 탐심과 조급증으로부터 어리석은 내 안의 에고를 자유롭게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라면 주식 만이 아니라 세상 그 어떤 일에서도 성공하지 않겠는가?  


그러고보면 주식트레이딩에서 조차 예외가 아니네요. 
돈은 언제나 수단이지 궁극의 목적이 아니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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