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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기

기암준봉을 우러르면 다리가 후들거리는 이유

한국과 미국 두나라 사이에 양다리 걸치고 태평하게 사는 법을 연구 중인 태평양다리연구소

항간에 가방줄 짧은 로변철이가 평생 연구소장 소리 한번 들어 보고 싶어서 급조한거 아니냐는비아냥도 들립니다만... (걸 어케들 알았징?ㅋㅋㅋ)  



남이사 뭐래건 나름 인류공영을 위한 해법찾기에 골몰 중인 연구소장 겸 연구원 겸 운짱....인 로변철옹, 오늘도 화석연료를 때며 불철주야 아메리카 구석구석을 헤맵니다.   

건 그렇고 

이번 주는 스프링스 남쪽의, 미쿡인들간에 가장 파퓰라하다는 버켓리스트 베스트 10을 뽑아 하나하나 공략 중입니다. 자연을 분석적으로 그러나 겸허한 자세로 호흡하며 관찰하다보면 그 속에 모든 인생해법이 녹아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연구소 2호차를 몰고 산과  벌판을 누비다....말고 새삼 그대와 공유했던 느낌이 있습니다.  

 


산천수목은 봐도 봐도 질리지를 않는다는거.... 

이상합니다. 제 아무리 정교하고 예뻐도 인공적인 것은 쉽게 질리는데 말입니다. 

역시 인간은 위대한 마더네쳐의 품안을 벗어 나지 못합니다. 그 가슴에 안겨져야 비로소 원초적 플래져pleasure와 자궁의 안도감을 느끼는 듯합니다. 


그리고 역시 산!산! 산!

아아, 산이 참 좋네요. 


걸핏하면 해발 14000피트를 넘나드는(동네 토박이들은 그런 봉우리들을 14ers라고 부르더군요) 콜로라도를  한달 가까이 헤집고 다니는 중이빈다. 과연 볼 것도 많고 얽힌 이야기도 풍부합니다. 인민들의 인심 또한 산을 닮아 얼마나 후덕들 한지요. 


그간 별 관심없이 지나다니던 콜로(붉은)라도(땅)...이제야 진가를 제데로 알게 됩니다.  


자식농사가 뭔지, 사방 끝간데 없는 평평한 옥수수밭 한복판에서 18년을 살며 지평선만 질리게 바라보고 살았던 세월...을 보내선지 모릅니다.  웅장한 터레인의 포쓰를 더욱 더  느낍니다. 살아 숨쉬는 마운틴의 위용, 깊은 계곡과 능선이 뿜어내는 땅의 정기 앞에서 한없이 쪼그라드는 스스로를 봅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에게 바위는 앞서간 우리 인류선조들의 살과 뼈 그리고 영과 기의 응축물이라는....그리고 산은 그것들이 결합한 거대한 인류의 위령탑이라는.   


그리고 이건 좀 개인적인 건데...

언제부턴가  로소장에게  해괴하고 이상한 증상이 생깁니다. 

  

커다란 바위나 나무, 절벽, 그리고 고산준봉에 근접해 우러를 때면 그 어떤 공포 비슷한 감정이 전신을 엄습하는 겁니다. 언제나 그런 건  아니고 잊을만하면 한번씩. 


때로는 아랫도리에 힘이 쫙 빠지면서 오줌을 지릴듯한....지옥같은 블랙홀의 소용돌이로 그대로 훅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그 느낌의 강도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일 때도 있습니다. 이때 전신에 구스범프가 쭈악 돋아나기도 합니다. 눈물, 콧물이 줄줄 흐르거나. 


그럴땐 남들의 시선을 피해 얼른 외진 곳으로 갑니다. 바로 산정을 향해 무릎끓거나 납짝 업드러집니다. 그 상태로 한동안 호흡을 달랩니다.


오해마시길. 변소장, 전혀 공황장애 같은 거 없습니다. 아직은 심장 튼튼하구요. 호러무비중에도 최고 무섭다는 일본공포영화도 코메디 같아 피식거리며 보는 로변철입니다. 


근데 늙그막에 이게 뭔 요상한 현상인지요? 


오늘 아침 6시30분. 블라인드를 젖히니 모바일오피스 차창 밖으로 어김없이 그 분이 납십니다. 

대륙/민족 불문 태초의 우리 인류 모든 조상님들이 공동으로 머리 조아렸던 바로 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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