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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잇슈

미국 물개가족 흥분시킨 마린보이 박태환




어제 낮 집안이 한바탕 떠들썩,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가족이 함께 본 마린보이 박태환의 상하이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400미터 쾌거 때문이었지요. 정말 대단한 파워 스트록이었습니다. 가슴이 다 후련하더군요. 불리했던 레인배정에도 불구하고 거구의 쑨양과 넉넉한 거리를 유지한채  마지막 금메달이 결정되는 순간 코끝이 찡하는 감격이 밀려 왔습니다.

우리 집은 하이스쿨 시니어(고3)인 딸과 이번에 소포머(고1) 올라가는 아들이 둘다 프리스쿨때부터 수영을 했습니다. 미들스쿨때는 한때 수영특기로 칼리지 진학 후 올림픽미국대표를 한다는 야무진 꿈을 꾼 시절도 있습니다. 애들 머리통이 커가면서 각자 다른 목표와 꿈이 생겨 수영은 그냥 취미나 주특기 중 하나 자리로 밀려 났지만. 지난 십여년 스테이트밋 state meet이나 타도시 원정경기 데리고 다니느라 우리 부부, 미국 수영장 물 구경은 원없이 한 셈입니다. -참고로 수영장물은 어디나 똑같이 생겼더군요. ㅎㅎㅎ   




저 역시 그 옛날 종로2가 YMCA에서 부터 시작, 서울에서 중학교 2학년때까지 수영선수를 했습니다. 비록 공부에 밀려 중단했지만 한동안 조오련, 마크스피츠가 우상이던 시절이었지요. (지금의 박태환, 마이클 펠프스) 그때만 해도 수영선수 층이 얇아서 조금만 열심히하면 전국체전도 나가고 할 때였습니다. 비록 외롭고 고되지만 수영이 얼마나 좋은 스포츠인지 잘 알기에, 그리고 내 자신이 아쉬움이 남았던 운동이기에 자연스레 우리 아이들에게 수영을 권유했던 셈입니다. 

그런데 정작 수영을 시킨 아빠지만 솔직히 처음부터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애들이 팀에서 생각 이상으로 두각을 나타내 주기에 한편 신이 나면서도 항상 수영에서 서양인의 체력을 아시안이 어떻게 당하나 하는 어려서부터의 선입견이 마음 속 깊이 박혀 있었던 겁니다. 지금 생각하면  나나 집사람도 키가 큰 편이고 아이들도 당연 키나 체력이나 백인애들한테 꿀릴게 없는데 왜 지레 그런 소극적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그래서 기천불하는 훼스트스킨(수영복)도 안사주고 팀의 다른 극성백인부모들 처럼 보다 적극적으로 서포트를 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남습니다. 

저작권 불투명한 박태환사진을 쓰기는 그렇고 대신 가족앨범에서 애들 어릴때 사진 몇장.... 

그런차에 국민동생, 마린보이 박태환이 나의 오랜 선입견을 어제 완전히 허물어 준 느낌입니다.  이젠 체력적으로도 동양이 백인을 압도하기 시작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는 느낌이 확 들기 시작합니다.   

뉴스를 들으니 내일 있을 200미터에서는 태환이가 마이클 휄프스등 미국의 수퍼스타 선수들과 격돌한다고 합니다. 휄프스는 우리 아이들이 직접 보았는데 손발 그리고 상체가 거의 비정상적일 정도로 어찌나 큰지 몸 전체가 마치 수영을 위해 만들어진, 물고기와 인간의 중간형태 같다고 합니다. 
그의 언더워터 돌핀킥이 독보적이라는건 이미 다들 잘 아는 사실이지만 스트림라인 15미터를 가는 걸 볼때마다 정말 말문이 막히더군요. 사실 휄프스는 그 이상도 갈 수있지만 그건 규정상 잠수가 되어 디큐(DQ실격)를 먹게되니 그 정도에서 적당히 올라오는 거랍니다. 인간이라기보단 어뢰라고 할 수 있는 친구입니다.  

반면 박태환은 어제보니 파워풀한 스트록이 돋보이더군요. 아무리 돌고래고 어뢰라도 물속에서는 산소공급(호흡)도 그렇고 체력소모가  더 클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200미터 이하 단거리는 물을 많이 잡아 주는 효율적인 스트록이고 뭐고 간에 일단 풍차돌리기 식으로 파워풀하게 미친듯이 돌려주는 스트록이 먹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날 컨디션 운만 따라 준다면 박태환이 승산이 전혀 없는 건 아니라 봅니다. 

문제는 예선전을 보니 독일의 폴 비더만, 미국의 라이언 록티 등 더 무서운 경쟁자들이 수두룩하다는 겁니다. 오히려 이들로 인해 휄프스는 서서히 지는 별이 되어 버릴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태환이 입장에서는 산넘어 산인데 그래도 기대를 해봅니다.  

요즘 우리 물개 가족을 한껏 흥분시키는 마린보이 박태환군, 

우리집은 어쩌면 내일 가정파탄...까진 몰라도 분열이 좀 일어 날 거 같습니다. 애들은 미국선수들을 엄마아빠는 당연 박태환을 응원할 테니까요. 가정파탄이 나도 좋으니 박태환이 꼭 좋은 성적을 거둬 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