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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잇슈

미국 숲속의 유혹....




  전에는 한국에서 방문/관광오신 분들이 뉴욕, 엘에이 기타 대도시 유명관광지 구경 다니시기도 바쁘셨지요. 요즘은 이제 그런데는 다 신물나게 구경했다며 제가 사는 이런 시골 촌구석이나 첩첩산중을 일부러 찾아 다니시는 분들을 가끔 만납니다. 
외국이민자들끼리 아글거리는 대도시말고 미국의 진면모를 보고 시골 자연도 즐기고 싶다는 겁니다. 특히 한 오륙년전만 해도 숲속 캠핑장에 동양인은 거의 볼 수 없었는데 요즘은 오지의 드라이 캠프에서도 한인 하이커/캠퍼들을 보는 일이 잦습니다. 모토홈(캠핑카)를 렌트해 다니는 이들도 아직은 드물지만 서서히 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주로 막 한국에서 방문하신 경우, 미국의 아욷도어라이프에 대한 문화, 습관의 차이로 불편을 겪으시거나 본의아닌 실수로 현지인들의 오해를 사는 일이 종종 생기는 걸 봅니다. 다들  아시는 기본 상식이기도 하지만, 관광철이기도 하고, 노파심에 그에 대해 아래 몇자 적어 봅니다. 

  


                                로변철이 사는데서 지척에 있어 자주 찾는 고적한 카운티파크. 


1) 위험 
 

광활한 대지의 조용한 함성, 

용트림하는 미시시피에 몸부림치는 능선. 
태고의 숲속을 발길 닿는데로 걷는다.  
나는 야, 한마리 노루가 되어. 

                                 -로변철-

  
산림욕 만큼 내 지친 영혼을 달래 주는 것도 없으리라. 
동서남북 어느 방향으로나 차로 몇분 내지 몇십분만 가면 
숲이 울창한 능선과 벌판이 끝간데 없이 펼쳐지니 
길이 있건 없건 숲속 헤매고 다니기 좋아하는 나는 수시로
내 사는 여기가 지상낙원이려니-스스로 착각을 유발하며 산다.   
   
그러나 잠깐.

미국사람들이 걸핏하면 잘하는 소리, 
세상에 공짜점심 같은 건 없다
(There ain't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는 말은 숲속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인적 드문 네셔날포리스트나 파크의 깊은 산속을 혼자 다니다 보면 
뜻밖에 감수해야 할 불편과 위험이 곳곳에 숨어 있다는 이야기다. 
  


곰, 늑대, 마운틴라이언...에게 물릴 일이야 벼락 맞을 확률이라 하더라도 모기와 각종 버그가 늘 성가시게 하는 건 기본이고 독사, 독충, 지역에 따라서는 또 발정난 숫사슴, 말벌....등등 도 조심해야 한다. 

특히 헌팅시즌이 시작되면  사슴으로 오인받아 총에 맞아 죽는 사람도 상상 이상으로 많은게 미국시골이다. 이때는 떼로 달려드는 사냥개에 엉덩이를 씹힐 가능성도 높은 기간이다.  
작년에 숲에서 산삼 약초를 캐러 다니는 한인 일행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중 한 남자분이 예비군복 같은 캐모플라쥐복장을 하고 있었다. 오리사냥꾼들이 입기는 하지만 상황에 따라 숲속에서는 참으로 위험한 일이다.
사냥철 숲속에서는 주로 형광의 오렌지색 같이 눈에 확 띠는 옷을 입는게 좋다. 
각종  화이어암 오인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한편 스쳤다하면 온몸을 퉁통 붓게 만드는, 종류도 다양한 각종 독초들, 잎파리들,라임디지즈 등  괴질을 일으키는 세균, 벌레, 박테리아....(우리 지역에서 연전에 아는 의사 분 어머니가 한국서 방문 오셨다 뒷산에서 감염된 라임디지즈로 그만 돌아가신 일이 있다.)
또 하나 무서운건 급변하는 기후와 심한 일교차.땅덩이 작은나라에서 온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위험요소다.  낮에 찜통 더위라고 반팔차림에 하이킹 나섰다가 길을 잃었는데 밤에 얼어 죽었다-는 뉴스는 산간지방에선 잊을 만하면 한번씩 듣게된다. 


쓰고보니 이거 지나치게 너무 겁주는 이야기가 되는 듯.... 
뉴욕이 위험하다 해도 대부분은 관광 잘 하고 갑니다. 그저 극소수 몇 사람 정도
털리고 다치고 죽는 일도 생기는 거지요.   
대체로는 평화롭고 안전한 미국산행/캠핑입니다. 안심하고 즐겨도 됩니다.
다만 주의할 것을 미리 잘 알아두고 조심해서 
예기치 않은 불편이나 사고의 발생확률을 팍 낮추자는 취지로 쓰는 글 입니다.  



2)숲의 유혹 
   
깊은 산속 옹달샘터에 금발미녀가 백옥의 나신을 드러낸채 목욕을 하며 유혹한다....
혹 이런거 생각하신 분은 꿈 깨시고, 

산나물이나 약초 이야기다. 
특히 채식 좋아하는 우리 한국인들에게 미국의 산과 들은 그 유혹이 심하다. 
이런저런 먹거리와 희귀버섯, 천연의 약초 등 건강 자연식품이 산 좀 타는 
사람 눈에는 지천으로 널려 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 눈엔 그냥 다 풀로 보이겠지만. 

산삼 캐서 흙 털고 우적우적....   

이거 비밀인데...많은 한국분들이 잘 모르는 것 하나. 미국 숲속에 숨은 산삼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
주로  겨울이 추운 중북부, 동북부 숲속에서 자라는 와일드진생이 바로 한국에서 말하는 천연 산삼 즉 천종삼이다. 미국산은 그 효능이 한국토종 못지 않으며 조사결과 일부 성분은 더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한다. 질이 떨어지는 캐나다산, 씨뿌리고 농약, 비료쳐가며 기른 중국산과는 완전 차별되는 그야말로 숲속의 잠자는 보물이 미국산 와일드진생이다. 이런 산삼이 인적드문 어떤 골짜기에는 무리지어 지천으로 널려 있는 경우도 있다.
물론 보호해야 할 엔덴져드 endangered species로 분류돼 있어 채취나 판매는 각 주법에 따라 엄격히 제한된다.  

미국산삼 관련 정보와 지나가다 발견 해 흙 털고 그자리에서 우적우적 씹어 먹은 후 변강쇠된 믿거나 말거나 '썬데이서울' 야담과 실화...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유감스럽게도 스테이트나 네셔날 파크/포리스트의 관리원들은 아시안하면 어쩐지 다시 한번 가재미 눈을 뜨고 살펴 볼런지도 모른다. 타인종에 비해 약초, 나물을 불법채취하다 걸리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시스템을 잘 모르시는 방문차 오신 어르신들이 본의아니게 문제를 일으키시고 민망을 당하시는 사례를 종종 듣는다. 고향 시골에서 뒷산에 나물 캐러 다니시던 자연스런 습관이 그냥 나오시는 거다. 


                    여름 산행시에도 야간에는 기온이 급강하 하는 일이 잦으므로 여벌의 두터운 옷은 필수.

하여간 자기땅이 아닌 이상 어떤 식물이건 기본적으로 모든 채취가 금지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퍼밋을 받은 후에도 조건,기간, 분량의 제한을 엄격히 지켜 채집해야 한다. 
특히 외지인이 본의아니게 위반하기 쉬운 건 그런 규정들은 주에 따라 다 다를 뿐 아니라 매우 세세하고 예외규정이 많으며 관할이 어디냐 즉 연방,주정부, 카운티, 시티, 사유지...에 따라 또한 계절이나 상황에 따라 제한 내용이 자주 바뀌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취전 사전에 반드시 세부사항을 체크해야 한다. 

예전에 돌멩이 즉 수석채집하러 다니시는 분도 보았는데 이 역시 생각해 볼 일이다. 솔직히 걸릴 확률은 낮다. 며칠 산을 헤매고 다니며 일부러 만나려해도 단속관리 만나기 힘들다. 그런데 약초, 산삼, 수석은 지천에 깔렸다. 이러니 매니아분들이 유혹을 뿌리치기는 힘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