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과 을질-대한항공 조현아 땅콩회항 사건을 보며

대한항공 알바 아닙니다. 돈없어서 늘 대한항공 못타고 그냥 서비스 개판 미국비행기 타고 한국가곤 하던 미국촌사람의 사심없는 느낌입니다. 

                                  갑질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아란 여인의 갑질이 여론과 대중의 뭇매를 맞고 있다 합니다. 어제부터 미국TV방송에도 황당뉴스로 예서제서 보도되기에 그 여인이 도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국제적으로 이 난리들인가 상세한 정황을 구글링으로 파악해 보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드는 똥퍼아저씨 솔직한 느낌을 피력해 봅니다.  (전업여행자-장돌뱅이 인생이다보니 한국뉴스를 바로바로, 자주 접하지 못하다보니 갑질'이란 신조어를 이번에 처음 들었습니다. 참으로 어감부터가 왠지  듣기도 싫고 쓰기도 싫은 말입니다만 이미 바다건너서는 두루 통용되는 듯하니 그대로 씁니다)

조현아 여사, 분명 잘못된 행동을 하긴 한거 맞습니다. 땅콩봉지를 제대로 서빙하지 못했고 패신저케어 매뉴얼를 숙지못했기로서니 비행기를 돌려 세우고 승무원을 내리라 한 것은 분명 격한 분노로 인해 감정억제를 못하고 즉흥적으로 취한 부적절한 조치였습니다. 거대기업의 부사장으로서 올바른 처신이라 할 수 없으며 기본적으로 소양과 인격이 부족한 기업인이 아닌가 의구심도 듭니다. 더욱이 수많은 탑승객들의 안전과 생명이 연관된 항공기가 화풀이 과정의 한 도구로 일시적으로 나마 사용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되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사내문제 그리고 교양, 도덕의 문제를 너머 항공법과 공공안전에 관련된 법규들을 어기는 위법행위의 가능성으로까지 연결되는 것입니다.  

                               공분과 동정 

그러나 이번 일과 관련된 언론의 선동적 행태와 일부 네티즌들의 지나치게 격앙된 반응도 그리 아름답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풀어 헤쳐진 머리를 푹 숙이고 눈물을 흘리는(연출이라는 비난도 있습니다만)한 여인을 검찰청 광장에 세워놓고, 온갖 비난을 퍼붓는 네티즌들과 인민들을 대표해, 닥달하는 수백명의 취재진들. 그 장면을 보며 기본적으로는 그들의 일원으로 같이 공분을 느끼면서도 마음 한편으로 어느 한 순간 문득 어쩐지 공산당 인민재판의 분위기가 섬찟 느껴지는건 필자만은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리 미워도 이건 너무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과 더불어 어쩐지 기업인이기에 앞서 한 집안의 어머니이고 딸이고 아내일 그녀에 대한 동정심마저 슬그머니 마음 한구석에 일어남을 어쩔 수가 없더란 것입니다. (본래 여자의 눈물에 약한 필자라서 인지 모르나.....) 

특히 유튭에 올라온 관련 비디오 클립들을 보자니 갑질에 대한 공분 못지 않게 한편으로는 집단 이지매, 인격살인, 무차별적인 인간적 모욕, 피의사안과 무관한 사적인 정보의 공개누출, 스케입고츠scapegoat…등등의 단어들이 뇌리를 맴돕니다. 

이는 단지 무고한 사람, 소외된자, 없는 자에게만이 아니라 기득권자, 있는자도 포함해 모든 피의자에 대해서 공히 해서는 안되는 일들이라 믿습니다. 법적으로 조현아는 아직은 무죄추정단계입니다.                                                     

                                                            

                                                 또 한껀 걸렸다!

잠시 분노로 이성을 잃고 잘못된 판단을 내린 한 여인. 그녀는 한 순간에 인터넷과 언론에 의해 전국민 아니 세계인에게 손가락질 당하는 팜므파탈로 전락했습니다. 그러나 잠시 흥분을 가라 앉히고 과연 그녀가 저지른 과오가 그토록 전국민적인 헐뜯김과 총체적 인격살인에 가까운 비난과 모독을 당해도 될 만큼의 중죄였던가 하는 부분도 생각해 보아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겁니다.  

우리는 누구나 살면서 감정에 휩싸여, 나중에 생각하면 스스로도 부끄러운 엉뚱한 언동을 순간적으로 그리고 수시로 저지르며 삽니다. 만약 이 일이 그냥 일반기업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상사의 과잉 또는 부당한 행동 정도로 즉  어느 기업에서나 항시 일어나는 사내문제로 넘어갈 일 일 수도 있었을 겁니다.

물론 재벌 등 기득권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규탄하고 대응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 방식과 정도가 이성과 윤리의 한계를 벗어나 폭력성을 띤다거나 비난의 정도가 그 도를 넘어 안될 것입니다.                                                         

근래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 질때마다 같은 모습이 반복되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야,  또 한 놈(년) 걸렸다, 신난다하며 하이에나처럼 달려드는 불순세력들과 껀수(센세이셔날리즘)로 먹고 사는 언론들의 군중심리 자극성 과열보도, 그에 호도당해 흥분하여 마구잡이로 돌을 던지는 인민들 그리고 눈치보며 거기에 덩달아 춤추는 검찰의 과잉반응….늘 같은 패턴의 반복입니다. 

                                                        

                                         대응의 도덕적 우위  

갑이 분명 감정적이고 부적절한 행동을 했습니다. 소위 갑질을  했습니다. 비난받아야 합니다. 반성해야 합니다. 위법이 있다면 그에 상응한 법적처벌을 해야 마땅합니다. 그렇지만 정반합을 찾는다는 명분으로 을도 똑같이 격앙되어 부적절한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그것은 갑질 못지 않은 을질이 될지도 모릅니다. 

방법에서 도덕적 우위를 잃게 되면 명분마저 흐려질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이 생길때마다 우리 언론과 국민들의 보다 선진적이고 세련된 면모가 아쉬운 건 그 때문입니다.  

아 참, 마카데미나인지 하는 땅콩,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맛있어서 한동안 자주 먹던 기억이 납니다. 이따가 장보러 가면 그거나 한봉지 사다 먹어야 겠습니다.  

어제, 코로나델마의 석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