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뉴스를 보니 며칠전 일단의 여성들의 시위가 뉴욕에서 있었다고 합니다.
방금 전 텔레비젼엔 또 상의실종의 한 젊은 여성이(가슴은 모자이크 처리) 당당하게 인터뷰를 합니다. 이 행동파 여성은 솔선해서 이미 남자들처럼 당당히 웃통을 벗고 산책도 하고 샤핑도 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 시위 女들의 주장 ⊙
Go Topless! 왜 남자만 되고 여자는 안되나
공공장소에서 여성 가슴 노출을 허용하라!
이 뉴스를 보며 노변철 머리에 스치는, 새삼스런 생각.
지금이 석기시대도 아니고 무려 서기 2012년 아닌가. 인간이 달에 가서 토끼만나고 온지도 오래됐고 문명이 발달할 대로 발달한 초첨단 과학시대....그런데 놀랍지 않은가? 우린 아직도 이성과 논리가 아닌 원시인 수준의 비이성적 감정에 따라 살고 있다. 불합리한 기분과 느낌들을 늘 정당화하며 그를 기반으로 사고하고 믿고 부정하고 수치심을 느끼고 흥분하고 좋아하고 화내고 심지어 남에게 강요까지 하면서....살아가고들 있지 않은가? 이건 대체 뭐지.....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건지 헷갈리시나요?
결론을 말하기 전에 잠깐 이해를 돕기위해 로변철의 경험담부터 말씀드립니다.
경험1
남프랑스 인접 아름다운 니스해변을 가본 일이 있습니다. 설마 했는데 정말 어린소녀부터 아가씨, 아줌마, 할머니까지 전부가 상반신을 노출한채 해변을 자유로이 거닐고 있더군요.
요즘 이야기가 아닙니다. 80년대 구석기시대 이야기입니다. 그렇담 요즘은? 아예 전부...? 그건 모르겠습니다만 하여튼 그땐 로변철이 활기왕성한 때였고 난생 첨 보는 광경에 눈길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당혹스럽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한 10분 정도 채 안되서 처음엔 별세상 같던 그들 모습이 점차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기 시작하는 겁니다. 몇시간 지나니까 그냥 소가 닭 보듯 까진 아니어도 그냥 그렇구나하고 바라보는 마음이 되더라는 겁니다.
둘째날은 주변에서 거의 유일하게 투피스 수영복을 입고 일광욕을 하는 여친이 어쩐지 앞뒤 꼭 막힌 골동품녀로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마치 다들 얼굴 내놓고 다니는데 혼자 부르카 쓰고 있는 공항에서 본 이슬람 여성을 보는 기분이었달까요?
경험2
역시 유럽. 독일 프람크푸르트와 본의 목욕탕 이야깁니다. 90년대초니까 이것도 청동기시대 고리짝 이야깁니다만서두... 그때 광부출신으로 성공해 본에서 인쇄업으로 거부가 되신 K회장님 초청으로 갔는데 사업상담 마치고 매일 그 양반이 습관이라며 목욕탕사우나를 데려가 주시더군요.
듣던대로 아예 탈의실부터 구분이 없었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도 없이 하필 들어가자마자 바로 옆 락카에서 어여쁜 자매님들이 훌렁훌렁 옷을 벗고 활보하는데 처음엔 아찔하더군요. 오해마시기 바랍니다. 이상한 분위기의 퇴폐장소 이야기가 아닙니다.
직장끝나고 동료들이 같이 오고, 수업끝나고 남녀학생들이 교수님 모시고 오고, 아들손자며느리 온가족이 다같이 오는..그런 일반 사우나 목욕탕 이야깁니다. 야외산책로와 수영장도 같이 딸렸는데 역시 누구나 전라로 들 돌아 다닙니다. 간혹 수건 걸친 이들은 처음 온 외국인입니다. 근데 그사람들도 분위기에 동화돼 얼마안가 알아서 벗어 던집니다. 그냥 다같이 아담과 이브가 되는 겁니다.
말하려는 포인트는 역시 여기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더란 겁니다. 남프랑스 니스해변에서 그랬듯이 한 10분 20분 지나니까 여체도 남체보듯 그냥 무덤덤해 지더란 겁니다. 그리고 두번 세번 가다보니 이젠 남녀구분을 하는게 참 이상한거 였네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타올로 가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굉장히 쫀쫀해 보이는 겁니다.
읽으시면서 혹시 이런데 직접 경험이 아직 없었던 분들은 설마...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프랑스, 독일 특히 북유럽에서 유사 경험하신 많은 분들은 아, 맞아 나도 거기서 그럤었어 하고들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요컨대 우리가 평생 철썩같이 믿고 고수, 집착해온 것들이 이렇게 허망하게 단방에 허물어져 버릴 수 있단 겁니다.
남녀칠세부동석의 세상, 외갓 남자에게 갈라진 치마 사이 속 살 조금 보인 걸로 자살한 여성을 찬미하던 동방예의지국에서 수십년간 굳어진 믿음, 즉 벗은 몸을 보인다는 건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다-라는 윤리/도덕이란 이름의 비이성적 생각과 습속이 깨지는데는 채 십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독일인들은 비교적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논리에 기반해 행동하기로 유명한 민족입니다. 일본 등 다른 여러나라에도 있긴 하지만 독일의 자연스런 혼탕습속은 그와 무관치 않은지도 모른단 생각이 듭니다. (가급적 안쓰려는 말이지만)아님 말구
이래저래 어려운 '허리상학'
다시 가슴노출로 돌아와서,
남이야 아기우윳병을 싸가지고 다니건 그냥 맨통으로 들고 다니건 무슨 상관이냔 겁니다. 허벅지는 되고 상반신은 왜 안되냔 거지요, 심지어 그런 걸 법으로 금지하는건 어불성설이다....텔레비젼에 나와 아래만 걸치고 인터뷰하는 그 여자는 흥분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뉴스에 쉽게 사람들은 말세다 말세 하는 걸 봅니다. 하지만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왜 남자는 되고 여성들은 죽어도 가슴을 가려야 하는지, 일부 지역에선 법으로까지 금지하는지, 그 논리적 근거를 대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이래저래 어려운 허리상학입니다.(그래도 허리하학보단 덜 복잡하겠지만 말입니다. )
남자들을 자극하니까? 어쩐지 그건 수치스런 일이자나? 뭔가 부도덕한 거 같아서? .....반대자들의 대답은 고작 그건데 마치 그건 도시락에 먼지 들어갈까봐! 브레지어가 안팔리면 경제에 안좋으니까! 와 별반 다를바 없는 수준의 억지이고 황당한 농담같은 소리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노출자유화를 주장하는 여성들은 지금 장난하냐면서 화들을 내고 있는 겁니다.
현대인들은 스스로 그들 행위나 관습의 대부분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의 기초 위에 행해지고 구축되어 있다고 당연히 믿으며 살아들 갑니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관찰해 보면 우리가 철석같이 오랜세월 부둥켜 안고 살아온 많은 습속과 전통과 믿음 그리고 그에 근거한 느낌들이 사실은 비합리적 아집일 뿐 인 경우는 한 둘이 아닙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똑똑하고 잘난 인간들 사회에 평균지능을 가진 사람이면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비이성적 억압과 착각이 여전히 횡행하는 건 왜 일까요?
휴리스틱heuristic
전문가들은 인간 심리의 생래적 헛점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즉 인간의 본성에는 기존의 것을 받아들이고 반복하려는 습성이 있다는 겁니다. 자기가 경험하고 배운 것은 일단 고수하려드는 비이성적 경향입니다. 심리학(특히 행동경제학)에선 이것을 휴리스틱heuristic 이론으로 설명합니다.
그러나 잠깐,
그렇다고해서 로변철이 당장 아무데서나 노출 합법화에 앞장서거나 나체주의 같은 급진적 변혁주의자들을 무조건 옹호하는건 또 아닙니다.
왜냐하면 논리와 이성이 언제나 모든 것 위에 군림하는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임섹스매리지 same sex marriage 등 다른 잇슈들에 대한 글에서도 말했듯 여기엔 또 다른 고려사항과 논점들이 있습니다.
복잡한듯 단순하고 단순한듯 복잡한게 세상만살이 인듯 합니다.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되어져야만 한다는 생각, 그리고 거기에 모두가 순응해야 한다는 아집의 착각을 버리면 세상은 의외로 편해 집니다. 오히려 정답이 없기에 삶은 더 의미있고 재미있다는 것을 서서히 알게 되지요. 혼돈이 질서보다, 모름이 앏보다 못하지 않은건 밤이 낮보다 나쁘지 만도 않음과 같은 이치입니다. 모든 틀림은 다름일 뿐입니다. 다툴 일이 아니라 즐길 일이지요. 에그노피안 로변철이 일응 비겁해 보여도 세상의 모든 이슈에 양다리 회색분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저녁상 받으며 스쳐 들은 티브이에 뉴스 같지 않은 뉴스......간단한 멘트 한마디 짧게 날린다는게 너무 횡설수설하다 아주 삼천포로....
하여간, 내 생각과 다른 남의 생각도 존중하면서, 결론은 각자 알아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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