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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기

콩글리쉬를 본토 영어에 침투시키자!



우리의 '콩글리쉬'를

본토영어에 침투시키자! 


로변철이가 미국 아줌마들에게 한국어 지도를 시작한지도 어느새 일년이 넘어간다. 2010년 여름 시작했으니. 그
런데 지난 주는 어떻게 된게 한국어가 아닌 영어를 가르쳤다.
뭐? 미국사람에게 영어를?  
게다가(믿거나 말거나) 학생들은 변철이 옵하 강의에 열광을 했다! 

아니 오빠가 영어를 그렇게나 빠다 냄새나게 잘해? 

그랬으면 오죽 좋을까만, 서양살이 어언 사반세기의 로변철에게도 여전히 영어는 웬수덩어리다.
그렇다면 어떻게 된거냐? 한국어라면 몰라도 어떻게 영어를 네이티브스피커들에게 가르쳤단거냐? 

그 사연은 이렇다.  


학생 중 한명인 스테파니( 도서관 사서)가 요즘 후루hulu.com로 한국프로  보는데 맛을 들였단다.  아직 세살배기 수준이지만 영어 섭타이틀이 나오니까 내용 다 이해한다.  

무슨 김삼순과 비원(시크릿가든)을 재미나게 본다고 한다. 한국 꽃미남에 좀 홀린 듯 하다.  
근데 보다가 문득 새삼스런 사실 하나를  발견한거다.   

한국사람들이 대화 중  엄청나게 영어를 섞어 쓴다는 것.  

문제는 자기들은 그래서 더 이해가 쉬우냐,  그게 아니고 더 어렵단 거다. 분명 다 영어인데  
자막이 없으면 거의 못 알아 듣겠다는 거다. 한국말보다 더 어렵단다. 

왤까? 

일단 액센트가 다르다. 그리고 많은 경우 표현자체가 정체불명인 - 그야말로 '객지에 나가 고생하는 영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스테화니 왈,
한국어 회화를 잘 하려면 우리가 한국식 영어를 좀 배워야 하지 않겠냐는 거다.   

듣고보니 그거 참 맞는 말 아닌가? 그런 생각을 다 하다니 기특하기도 하고. 

말하자면 이런 거다.  
그간 국어책 가지고(지금 멀리 시카고 영사관에서 보내주신 초딩책을 교재로 쓴다)
열나게
된장찌게 냄새나는 정통 한국말만  가르쳤다. 근데 학생들이 막상 써먹으려고
드디어 서울가서 본토배기 한국사람 만났다. 근데 다들 이런 식인 거다.  


스테파니씨, 오늘 투피쓰썬글라스 패셔너블하게 잘 어울리는데  
저녁에 오토바이 배달 아르바이트 끝나고 탈렌트 뺨치는 써클 친구 미팅시켜드릴테니 핸드폰 번호 볼팬으로 노트에 적어 주실라우? 


이건 뭐 거진 연결어만 빼고 다 꼬부랑이다. 우리 코리안끼리야 익숙해서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평범한 일상 대화다. 
근데 정작 미국여잔 당췌 모르겠다. 눈만 껌뻑인다. 

위에 볼드체의 영어는 전부 콩글리쉬- 그러니까 두개는 발음 때문에 나머진 아예 본토에선 안쓰는 말...즉 브로큰잉글리쉬기 때문이다.  미국 물 한두해 이상 먹은 분들은 대충 다 아실 거다만 아래 정리하면, 

투피쓰      suit 또는 비지니스 수트가 맞다. 투피쓰하면 비키니수영복이 먼저 연상될듯. 
썬글라스   썬그래시스- 복수형으로  
패셔너블   훼셔너블  fashionable  F를 한국인은 거의 'ㅍ'으로 발음하니 

               미제 귓구멍에는 감지가 안된다.
오토바이   motorbike. 

아르바이트 part time job
탈렌트       actor or actress
써클          (student) group
미팅          blind date
핸드폰      cell or cellular phone
볼펜         그냥 펜. 아니면 ball-point pen
노트          note book


이러니 이해가지 않나? 
본토영어가 이민자한테
영어(?-콩그리쉬)를 가르쳐달라고 한 게.  

하여간 끝나고 짧은 
테스트를 했다. (윽, 테스트? 이거도 뭐 틀린건 아니나 이런땐 quiz.)

그리고 대충  요런 상황이 벌어졌다.  

변철: 자, repeat after me,  따라들 해봐요
셔녀블,밀리,라워.... 

학생들: 훼셔너블, 훼밀리, 훌라워


변철: 아니 아니, 그건 미국식이고,  F를 전부 피읖으로 발음이라니까 

앞이빨로 아랫입술 건드리지말고 그냥 딱딱하게....드, 로리다...
이렇게... 

변철: 자 이번엔 내 입모양 잘 보고, 삘딩, 뻐쓰, 커피....

학생들:                                        비울딩, 버스, 코휘....

로변철: 그게 아니라니깐, 좀 딱딱 끊어서!
            그리고 (칠판에) 오렌지 이거 읽어봐요.  
 
학생들:  아륀지.
로변철: 아놔,
혓바닥 굴리지 말래두, 걍 오.렌.지.!


아줌마들이 본토발음을 콩그리쉬로 바꾸느라 혓바닥에 쥐가나게 끙끙대는 걸 보며 문득 혼자 헛웃음이 푹 나왔다. 옛날 처음 외국나와 한국서 배운 엉터리 발음 교정하며 우리가 영어 처음부터 다시 뜯어 고칠때......완전히 지금과 거꾸로 상황의 장면이 떠올라서.  
 

그런데 "셀훤(cell phone)이 아니고 핸드폰" 하고 열심히 외우던 아줌마 한명이 문득 이런다. 
Wow,  broken English sometimes has more sense!
햐, 엉터리가 (본래 영어보다) 더 그럴듯하네!
  
그러니까 지들끼리 댓스라잇! 하면서 다들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고보면 맞는 말 아닌가? 재미없게 셀룰라폰이 뭔가  셀룰라폰이,그냥 핸드폰! 얼마나 쉽고도 딱 떨어지나. 자동차 핸들(steering wheel),빽미라( side/ rear  mirror)도 그렇고.  

이렇듯 재치있는 한국인들이 맛대가리 없이 밋밋한 영어를 정곡을 찌르는 맛갈진 말로 바꿔 쓰는 건 그외에도 많다.

얼른 생각나는게 응원할때, 파이팅! 
이거 얼마나 멋진, 힘솟는 말인가. 히마리없이 고우(go!)가 뭔가,고우가.
고우!고우! 뭐, 가라구?
---이거 이길놈도 지고 가버릴듯. 
화이팅도 아니고이팅! 싸워!싸워! 아주 죽여라!죽여!- 이야말로  진짜 힘이 솟지 않나?

술먹고 토하는거-오바이트! 이것도 버밋팅vomit,퓨크puke나 쓰루업throw-up보다 왠지 눈앞에 선하게 더 느낌이 온다.       

이런 우리가 쌩으로 만든 훌륭한 콩그리쉬들. 열심히 쓰고 퍼트려서 조만간 본토영어 갈아 치우고 스탠다드 잉글리쉬로 등극시켜야 한다.  
알다시피 유럽어는 물론 많은 인디안말, 중국어등이 세월이 흐르며 영어에 섞여 당당히 표준어로 쓰이고 있다. 콩글리쉬도 안될거 없지 않은가.  

언어란 습관이다. 유행, 트렌드고. 뭐 문법? 옆차기 하지 마라. 다수가 많이 쓰면 그게 문법이 된다.  

Long time no see. 이거 처음엔 인디언의 엉터리 영어 중 하나였다한다. 
정복민들은 배꼽잡고 웃었겠지.
챱챱 chop, chop 같이 처음부터 웃길려고 만든 말들도 많다.  
근데 다 쓰니까 그런 브로큰잉글리쉬들이 언제부턴가
사전에 오르고 정식영어의 지위를 확보했다.  

예전에 , 집사람이 뭘 
 쓰다말고 갑자기 물었다.
동가숙서가식을 영어로 뭐라해야지? 난 망서림 없이 대답했다.
Here today, gone tomorrow. 언젠가 무슨 드라마에서 그런 표현을 하길래 나역시 동가숙서가식이란 문구를 생각한 기억이 있어서다.   
그런데 아내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거 
당신이 급조한 콩글리쉬 아냐?

그렇다. 말이란 문법상 엉터리라도 모두가 사용하면 옳아지는거다.  

그러니까 한국여인이 딱지 떼려는 미국경찰에게 했다는 말, 
한번만 봐주세요- One time see me!가 언젠가 본토영어가 될지 누가 알랴?  
우리가 줄기차게 쓰고 재밌다고 미국사람들도 따라하기 시작하게 되면 말이다.  
 

서로 다르다는건 창피한게 아니다. 재미있는거다.  
오늘날 영국식 액센트(내 귀엔 왠지 게이gay언니들의 억양 비슷하게 들리지만...)가
할리웃에서도 괜히 각광받고 
귀족스런 느낌으로 대우받는다.   


국력신장과 더불어 언젠가 우리의 콩글리쉬 액센트나 표현들이 범미국적으로 매력있게 느껴질 시대가 올지 누가 아나?

하여간 미국아줌마들이 입술을 오무리며 열심히 본토발음 한국식으로 교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늘 좀 엉뚱한 상상을 해보았다. 콩글리쉬가 본토 영어를 야금야금 잠식하는....기분좋은 상상. 
 
어쩌면 너무 영어에 치여 살다보니 하고 싶은 말이 이건지도 모르겠다.  
리가 안되니 니들이 좀 배우면 안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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