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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기

동족 아줌마 손에 비명횡사할 뻔


동족 아줌마 손에 비명횡사할 뻔


다운타운을 걷다가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건널목으로 차가 서서히 다가오는 걸 느꼈지만 당연히 알아서 서줄 것으로 생각, 계속 가던 속도로 인도에서 차도로 내려 서는 순간, 이런! 차가 서질 않고 그대로 거의 코끝을 스치며 지나가는게 아닌가. 

OMG!(사실은 WTF!) 

화들짝 놀라며 쳐다보니 운전자 역시 놀람+당황한 표정으로 힐끗 나를 바라보는가 싶더니 부르릉하며 그대로 내뺀다. 

며칠전 친구집에 다녀오다 무단횡단하는 캐나다기스 일가족 발견하고 급브레이크!  하마터면 시리얼킬러가 될 뻔했다... 

근데 느낌이지만 얼핏 본바로 분명 한국인(사십 전후 여인네)의 골상이다. 좁은 바닥이라 오래된 동포끼린 다 아는데 필시 일시 방문자거나 근래 막 오신 분일 것이다. 

이런 시츄에이션에서는 당연히 보행자가 기다리고 차가 우선인 서울에서의 운전 문화에서 아직 못 벗어난 사람일거란 추측인 것이다. 물론 NY, LA등 대도시, 주로 각국의 이민자 밀집지역인 곳은 예외지만 보통의 미국, 하고도 시골도시들은 그와 정반대다. 

즉 보행자가 설사 아직 인도 위에 있더라도 차도 쪽으로 향하고 있으면, 오던 차들이 멀찌기 서서 사람이 먼저 건너가도록 기다려 주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런 문화다. 그래서 몇년 살다보면 서울서 온 사람들도 어느새 다 운전 습관이 사람우선으로 변한다. 거꾸로 양화가 악화를 구축하는 셈이라고나 할까. 

로변철의 요즘 활동무대인 트라이스테이트의 루랄시티도 그렇다. 난 매일 다운타운을 관통해 걸어 다니는데 매번 길을 건너려면 그냥 빨리 지나가도 돼는 상황인데도 너무 멀리부터 서며 기다려 주는 차가 많아 불편할 지경이다. 그래서 자주 형님먼저 아우먼저 하며 손짓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일쑤다. 하여간 미국도로에선 쇠떵어리보다 사람 몸뗑이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언젠가 재미교포어린이가 서울체류중 임시 다니던 학교 앞에서 마중 나온 건너편의 어머니를 보고 길을 건너다 택시에 치인 사건이 있었다. 

그때 국내 신문기사는 발생 사실만 보도했을 뿐 중요한 잇슈를 빠뜨렸다. 다른 아이들은 다 기다리는데 차가 사람을 보면 언제나 기다려주는 문화에 익숙한 그 아이만 차도로 내려섰다는 것이다. 

코 앞에서 자식의 죽음을 목도한 어머니의 심정은 어땠을까? 

이민초기 한국의 개판일초전 질서의식을 미국과 비교하는 글(그땐 진짜 비교됐었다)을 교포신문에 시리즈로 쓴 일이 있다. 그 후 이십여년이 흘렀다. 그간 한국경제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미국을 따라잡다 못해 이젠 앞지를 듯한 기분이다. 그런데 질서의식과 운전문화는...?  

동족 차에 죽을뻔 했단 이야기류를 여전히 쓰고 앉은 내 모습이 처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