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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기

새로 가입한 헬쓰클럽의 이상한 규칙

그것이 어떤 개인일 수도 있고 특정 단체, 학교, 회사, 아니면 어떤 특수 커뮤니티나 전문 집단 일 수도 있습니다. 분명 그 분야 최고 또는 거의 완벽한 시스템인건 맞는데 막상 겪어보면 뜻밖에 아주 엉뚱한 부분에 문제점이나 이해 못할 구석이 존재하는 걸 발견하고 당혹 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나의 오해였거나 미처 몰랐던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음이 나중에 판명나기도 합니다마는.....   


얼마전 헬쓰크럽을 새로 옮겼다.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최고의 럭셔리시설을 자랑한다는 곳으로. 

듣자하니 어떤 돈에 깔려 죽을 정도의 엄청난 갑부가 기부한 재원으로 '미래의 헬쓰크럽이 나아갈 비젼'을 미리 보여주기 위해 아낌없이 돈을 쳐발라 야심차게 디자인했다고 한다. 


가입해 보니 과연 각종 초첨단 장비들과 호화로운 시설이 삐까뻔쩍하다. 성인전용으로 당연 멤버들도 대부분 전문직이나 야피족의 선남선녀들. 게다가 요가, 줌바, 휠란테스등은 물론 요리강습, 메디테이션 등 무료로 멤버들을 위한 클래스와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그래서 안사람이 무척 좋아한다. 어떤땐 클래스가 겹쳐 하루 두번도 가는 모양.    



로변철옹한테야 그런게 대부분 무용지물이긴하다. 그냥 원시인스럽게 트랙 몇바퀴 뛰고 역기 좀 들고 사우나 수영하면 땡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꾸게 된건 일단 업어지면 코닿을 거리라 도보로도 갈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 게다가 우리 부부가 거의 공짜나 다름없이 다닐 수 있(는 뭐 그럴 일이 좀 있어서...)다는 점 때문. 하여 결국 15년 가까이 정든 루랄시티 에쓰레딕 크럽에 배신을 때리고 지난달 1일 부로 이곳으로 옳긴 것이다.     


근데 오늘 사우나에서 좀 웃기는 일이.....

자쿠지를 기분좋게 하고 덜렁거리며 나오는데 어떤 나정도 중늙이 백인 아저씨가 유리문에 붙은 사인을 가리키며 손가락으로 톡톡친다. 이거 좀 읽어보라는 거다. 그거도 퉁명스럽게 그리고 내 거시기를 슬쩍 한번 깔아 보면서. 이거 좀 이상한 인간 아닌가, 보나마나 입욕전 샤워필수정도 써 있을 걸 대체 뭘 새삼 읽어보란거지, 저 표정은 또 뭐야.....살짝 기분이 나빠져서  나도 모르게 바로 날선 대꾸를 날렸다. 뭐요? 거기 대체 뭐가 써있단 거요? ....하면서 동시에 사인을 읽어 내려가는데, 중간에, 어 이게 뭔 해괴망칙한 소리야,  


사우나 이용시 반드시 수용복을 착용하라고라고라???? 아니면 멤버자격 박탈!!!!씩이나....


이런 이런, 대문짝 만하게 써 붙여났는데 다닌지 두달이 넘도록 로변철옹 혼자만 몰랐던 규정! 



'미국살다 오랜만에 한국가면 이상한거 열가지(언젠가 내가 쓴 글)'중 하나가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어디가면 사람을 우아래로 흟거나 뚫어지게 쳐다보는 인간들이 왜 그리 많나---였다. 헌데 요즘 새로 옮긴 이곳 사우나엔 한국처럼 아래위로 흟는 이들이 가끔 있기에 이거 뭐 동양사람 꺼 처음봤나 아니면 저 친구 게이야 뭐야 혼자 이상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아차, 떠오른다. 늘 주변 분위기 파악에 둔감한 편인 로변철, 아, 이제야 그 이유를 안거다. 


*그나마 다행인 것: 그간 주로는 수영하러 들어가는 길에 사우나를 이용했기에 오늘처럼 그냥 바빠서 사우나만 이용하느라 훌러덩 이었던 경우는 몇번 없었다는 것. 


그러고 생각하니 그뿐이 아니다. 가입 첫날이라고 매니저가 실내투어를 시켜줄 때 헛웃음이 쿡 나왔던 순간이 떠오른다. 여자들이 등판이나 어깨가 드러난 소데나시 운동복을 입어선 안된다는 규정을 듣고서였다. 첨엔 그게 토플리스가 안된다는 말을 하려는 줄 알았다. 그런데 요즘 미국에서 숄더가 드러나면 안된다니...이거 뭐 탈레반의 아프카니스탄도 아니고. 


그러면서 여자들이 스킨처럼 착 달라붙은 하의나 숏(핫팬츠)을 입는 건 아무 상관 없는 모양. 그거야 말로 가끔 민망해서 시선처리가 고민될 지경인데 말이다. 형이상학 아니 허리상학은 중요해도 허리하학은 각자 자유재량이란 건가 ? 


돌아오는 길에 안사람에게 여성사우나 현황을 물으니 그 동넨 아주 한술 더 뜬다. 당연 입어야 하며 사우나시 투피스-그러니까 비키니도 착용금지라는 것이다. 아주 빅토리아여왕시대다. 


여자들은 그렇다치자. 아저씨들이 락커나 샤워룸에서는 그냥 벗고 다니다가 갑자기 사우나나 핫텁 이용시엔 다들 자기 물건을 꽁꽁 숨겨야만 한다는 발상은 왜, 어디서 나온걸까....옛날부터도 유럽 특히 독일에선 아예 남녀구분없이 나체로 돌아 다니는 혼욕사우나도 자연스럽고 흔함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근데 멤버 90%는 아마도 조상이 주로 그쪽 즉 독일,스칸디나비계인데....그래서 더 이상하다는거.  


별 일도 아닌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집에와서 생각해도 납득이 안가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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